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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목! 이 판결-스키장 편 ①] 스노보드 사고 “안전소홀 스키장 과실”vs“위험감수해야 하는 운동”
- 낙상사고 발생시 안전조치 소홀한 스키장 측에 배상책임 물어
- “스키는 위험감수하며 즐기는 운동” 개인에게 책임 묻기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1. 2013년 12월. 연말을 맞아 경기도의 한 스키장에 간 회사원 A씨는 스노보드 상급자 코스에서 보드를 타고 내려오다가 사고를 당했다. 갑자기 만난 눈 둔덕에 중심을 잃고 미개장 부분으로 진입해 그곳에 있는 배수로에 빠진 것이다. A씨는 이 사고로 허리와 다리가 골절되고 신경계에도 손상을 입었다. A씨와 A씨 부모는 스키장 측에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달 12일 스키장 측의 일부 책임을 인정하고 A씨 측에게 총 1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진=게티이미지]


#2. 2013년 2월. B씨는 전북의 한 스키장 초중급자용 스노보드 점프대에서 점프를 했다가 통상적인 착지구역을 훨씬 지나쳐 착지하면서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넘어졌다. 결국 B씨는 뇌 조직에 출혈이 발생하는 중증뇌좌상을 입었다. B씨와 B씨 부모는 스키장 측이 속도를 줄일 수 있는 평지 구간을 짧게 설계했고, 안전요원이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며 스키장 측을 상대로 6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10월 B씨 측의 청구를 기각하고 스키장의 손을 들어줬다.

연말연시마다 스키장은 ‘겨울 스포츠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설원 위에서 짜릿함을 즐기려다 자칫 큰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국민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4~15시즌 512만명이 스키장을 방문했고 그 중 1000명당 2명 꼴인 991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스키장 안전사고는 때때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앞서 본 두 사건처럼 사고를 당한 이용객들은 스키장 측의 과실을 지적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스키장 측의 과실을 명백히 증명하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법원은 스키나 스노보드가 위험성을 당연히 수반한다며 개인의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 ‘안전수칙 게시ㆍ안전요원 배치’ 안 하면 스키장 과실=A씨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스키장에 70%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당시 스키장 측은 해당 코스의 폭을 좁혀 일부만 개장했는데 개장 부분과 미개장 부분 사이에 안전망과 안전펜스는 전혀 설치하지 않았다. 미개장 부분엔 25m 간격으로 가로로 난 배수로가 설치돼 있는 데다 빙설더미도 군데군데 방치돼 있었다.

법원은 “사고발생이 예상되는데도 미개장 부분에 진입금지나 위험표시도 하지 않았고, 안전요원도 배치하지 않았다”며 스키장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

현재 체육시설업법 24조와 시행규칙 23조는 스키장업자가 안전수칙을 세곳 이상의 장소에 게시하고, 스키장 지도요원 1명과 슬로프별로 2명 이상의 구조요원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A씨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법원은 “A씨도 해당 코스에서 여러 차례 보드를 타면서 개장된 곳과 미개장된 곳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본인의 스키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슬로프의 좌우 끝을 오가면서 내려오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A씨에게도 30%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러한 사정을 참작해 법원은 스키장 측에 “A씨에겐 1억3600만원을, A씨 부모에게도 위자료로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 “스노보드는 위험감수하며 즐기는 운동”=반면, B씨 사건을 담당한 법원은 스키장 측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스키장 측은 B씨에게 안전수칙을 고지했고, 점프대 근처에도 요원을 배치해 관리ㆍ감독한 점이 인정됐다. 또 스키장 내 6곳에 안전수칙이 기재된 내용이 설치돼 있었다.

이 사건을 심리한 광주지법은 “스키장 측이 점프대 이용자에게 안전을 제공할 의무를 다했다”고 봤다.

오히려 법원은 스노보드라는 운동의 특성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경사진 비탈을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운동인 만큼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등의 위험이 수반되고 특히 점프할 경우 낙상사고의 위험이 당연히 예상된다”며 “이용자들은 스노보드의 오락적 기능을 즐기기 위해 이같은 위험을 감수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평지 구간의 길이에 관한 문제에 대해선 관련 규정이 없다며 B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법원 판결을 종합하면 스키장 측이 사고 예방을 위해 관련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는지 여부가 책임을 가리는 데 1차 기준이 되고 있다. 동시에 스키나 스노보드를 어느 정도 위험을 동반하는 운동으로 인정하고 있어 사고 당사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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