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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고가 가전시장 5% 부자를 잡아라] 허리띠 졸라맨 30대 주부들도... “냉장고는 명품으로”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지난 9월 결혼한 김명희(33ㆍ가명) 씨는 세탁기와 냉장고, 청소기 등의 생활가전제품을 구매하는 데 10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침대, 소파 등 가구에 비해 오래 쓴다는 고급 외국계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평소 사본 적이 없는 가전제품인지라 신중을 기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은 결과였다. 고연봉의 전문직에 종사하긴 하지만 500만 원을 호가하는 냉장고와 100만 원에 가까운 청소기를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질문 글을 올릴 때마다 상당수의 주부들이 “독일제 청소기가 흡입력이 다르긴 하다” “금전적 여력이 되면 한 번 사서 평생 쓰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답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김 씨는 “저가의 제품이 너무 많아서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오래 쓴다는 생각으로 비싼 제품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레몬xxx’와 같은 결혼관련 정보가 오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가 가전제품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젊은 주부, 예비주부들은 ‘비싸지만 성능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는 2월 결혼을 앞둔 한 이용자는 “모든 가전제품을 다 비싼 제품으로 살 수는 없지만 청소기와 제습기만큼은 건강과 연결되는만큼 무리해서 비싼 것으로 구입했다”며 “주변에도 추천할 정도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밀레나 지멘스, 다이슨의 진공청소기는 주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공기청정기 역시 주부들이 깐깐하게 고르는 제품 중 하나다. 지난 5월 결혼한 이명호(34ㆍ가명) 씨는 “겨울이 되면서 중국 미세먼지도 많아져 가습기는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찾았다”며 “중국 제품도 싸고 좋은 제품이 많지만 아직은 신뢰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급 가전이 틈새시장에서 장외전투를 벌이는 동안 삼성, LG 등 국내 가전업계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주부들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국산이 세계적으로도 강세를 보이는 제품은 ‘고가’임에도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는 추세다. LG전자의 ‘트롬 트윈워시’는 280만 원대의 고가지만 하루 최대 700대가 판매되는 등 이례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국내업체는 빌트인 가전을 묶어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전략으로 부엌을 공략한다. 냉장고, 오븐 등이 결합된 LG의 ‘LG스튜디오’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은 ‘셰프콜렉션’ 등 기존 냉장고와 차별화되는 고급 명칭을 부여한 브랜드를 마케팅하고, 세계 정상급 셰프들이 직접 냉장고 개발에 참여하게 하는 ‘클럽 드 셰프’라는 이색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명품마케팅으로 5% 프리미엄 시장은 국내업체와 외산업체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업체의 경우 수리 등 서비스를 받기 편해 고가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때문에 저가 제품이 많아지면서 아예 고가 제품만 선호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국내업체와 외국업체가 주력하는 제품군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해서 각자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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