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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검찰에겐 허울 뿐인 ‘무죄 추정의 원칙’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법률가들이 자주 쓰는 라틴어 구절입니다. 유죄 판결을 하려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확실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판사는 무죄를 선고해야 하죠. 일명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풀이 되는 헌법상의 기본 원리입니다.

 
서울중앙지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혐의의 입증 책임은 소를 낸 검사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들은 어떻게든 피고인이 유죄임을 증명하려 애를 씁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검사가 항소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물론 대한민국이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1심 판결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여길 때 검사가 항소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설령 일반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아리송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죠.

그런데 한 번만 이것을 비틀어 생각해볼까요. 정말 죄가 될 수가 없는데,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한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혐의 입증에 실패한 뒤, 새로운 증거를 내지도 못하고, 1심 판결의 법 논리를 제대로 반박하지도 못하면서 관행적으로 항소하는 것은 아닐까요.

또 검사들에게 지워진 유죄 혐의의 입증 책임을 생각해 봤을 때 1ㆍ2심에서 무죄 판결문을 받아든 검사들은 유능한 검사일까요. 그런데도 이런 검사들이 승진한다면 어떨까요.

 
법원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배임 사건, MBC ‘PD수첩’ 제작진의 명예훼손 사건, 경제 전망 블로거 미네르바의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사건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다 최종 무죄가 나왔지만 담당 검사들은 영전했습니다.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가 눈총을 받는 배경이겠지요.

이번 주 서초동에서 유심히 지켜봐야 할 사건이 두개 있습니다.

먼저 청와대 기록물 유출 혐의에 대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항소심 1차 공판입니다. 조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 씨의 동향을 담은 청와대 문건을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나왔습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고 그 첫 기일에서 어떤 주장을 펼칠지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지국장 무죄 판결에 검찰이 항소할지 여부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방불명에 대해 국내 언론사의 사설을 인용해 기사를 썼습니다. 검찰은 아직 항소의사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한일외교 관계를 우려한 외교부의 공문이 재판부에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검사들이 재판정에서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들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한다고 합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한다고 합니다. 과연 그런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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