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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의 실태와 대응책]무너진 가족 관계에서 싹트는 아동학대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2년 이상 친아버지와 그 동거녀로부터 학대 받아 온 A(11)양의 16kg 앙상한 몸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적다. 그러나 아동학대 가해자를 우리와는 전혀 다른 악마적 존재로 인식하기보다 학대받는 아동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왜곡된 가족 관계를 복원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든 부모가 자녀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법을 아는 것을 아니다. 특히 자신이 어릴 적 부모의 양육을 제대로 받지 못 한 경우 부모로서의 역할 습득에 어려움을 겪어 방임에 의한 학대를 저지르는 경우가 잦다.

신모(32ㆍ여) 씨의 부모는 신 씨가 어릴 때 이혼했다. 유흥업소에 종사하던 어머니는 신 씨 앞에서 술과 담배를 서슴치 않고 신 씨를 제때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싫었던 신 씨는 고등학교 때 가출을 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흥업소에 출입하게 됐다. 이후 한 남성과 동거하며 두 딸을 출산했지만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나가고 일을 나가게 되면 다시 술을 마시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두 딸을 씻기지도, 제대로 먹이지도 않은 것. 결국 아이들의 몸에서 냄새가 나고 위생 및 영양상태가 불량한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이 신고하고서야 두 딸은 구조됐다. 


반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를 보며 이를 손쉽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습득하는 경우도 있다.

신고된 김모 (45)씨의 경우. 부인 및 자녀(아들)에게 술만 먹으면 폭력을 휘두르다 아동보호기관에 신고됐다. 그는 어린시절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알콜 의존증 환자인 아버지는 김 씨에게 무관심 했고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김씨를 꼬집고 때리며 구박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김 씨 자신은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결혼 후 닥친 사업의 실패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오자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셨고 그런 그의 모습을 피하는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력을 일삼았다.

학대의 징후를 포착하더라도 적절한 심리적 치료와 갈등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학대가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두살 터울의 남매 A (7) 양과 B(5)군은 몸에 상처를 입은 채로 교회에 오는 적이 잦았다. 하루는 B 군이 머리를 빡빡 깎고 교회에 와 이를 의심해 모자를 벗겨보니 머리에 상처가 나 있었다. 며칠 뒤 A 양 역시 거의 기다시피 교회를 와 옷을 벗겨보니 막대기로 맞은 자국이 3개나 나 있고 엉덩이와 허벅지가 심하게 부어 있었다.

범인은 A 양과 B 군의 계모 장모(29)씨였다. 재혼한 남편이 실직한 후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이 되자 스트레스를 두 아이에게 돌려 학대한 것. 남매가 도벽이 있다고 의심해 자주 체벌을 하고 자신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타를 한 것이었다. 이후 남매와 격리, 아동 학대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상황이 호전됐다는 판단으로 가정에 돌아간 직후 또다시 A양을 구타 후 체벌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한국아동정책연구원은 “가정폭력을 당한 아동ㆍ청소년이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문제들을 겪게 되고 이것이 폭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면서 “단순한 친권행사의 제한, 접근금지, 보호관찰 등의 방법을 벗어나 가족 간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시켜갈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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