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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유통 결산 ③]승자도 패자도 고민 떠안은 시내 면세점 전쟁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그야말로 전쟁이였다. 올 연말로 특허가 만료되는 시내 면세점 4곳을 두고 롯데와 SK네트웍스, 신세계, 두산까지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출사표를 냈다.

결과는 신세계와 두산의 승리였다. 신세계는 SK네트웍스가 갖고 있던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차지했고,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해 운영해오던 부산 점포를 센텀시티로 옮기게 됐다.

신규사업자로 뛰어든 두산은 이변을 일으켰다. ‘유통 공룡’ 롯데가 키워온 터전인 잠실 월드타워점의 면허를 차지한 것이다. 두산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모으던 쇼핑몰 ‘두타’ 자리에 면세점을 준비중이다.

롯데는 월드타워점을 빼앗긴 대신 소공점을 지켰다. 표면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만 하지만 실제 손익계산서는 매우 뼈아픈 상황이다. 백화점, 쇼핑몰, 테마파크(롯데월드), 월드타워 등 관광 인프라를 총 집중시킨 잠실에 정작 ‘관광의 노른자’라 할 면세점이 빠졌기 때문이다.

워커힐 면세점을 잃은 SK네트웍스 역시 이번 결과가 악몽같긴 마찬가지다.

호텔신라와 한화갤러리아는 신규 면허를 얻어 각각 용산 아이파크몰에 HDC신라면세점을, 여의도 63빌딩에 갤러리아면세점63을 열게 됐다.

면세시장은 중국인 등 국내로 유입되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특히 시내 면세점은 공항 입점과 달리 임대료 부담이 적고 단체관광객들이 몰려, 면세 사업장 중 가장 ‘알짜’라 할 만한 곳이었다. 기업들이 시내 면세점 유치에 사활을 건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시장 과열은 곧 부작용을 낳았다. 승자들은 ‘반쪽 면세점’이 됐다. HDC신라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은 이달 말부터 문을 열었지만, 굵직한 명품 브랜드 유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면세점 유치전이 치열해지면서 명품 브랜드들의 몸값이 올라가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롯데와 SK네트웍스 등 점포를 잃은 업체들은 ‘헛투자’ 후유증과 인력 재배치 등의 부담을 안게 됐다. 롯데는 지난해에만 48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월드타워점을 국내 1위 면세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수천억원의 투자를 했으나 점포를 잃게 됐다. 1000억원을 들여 시설을 재정비하던 워커힐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당장 이곳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 월드타워점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고용안정 보장과 면세점 특허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정도다.

<사진설명>시내 한 면세점에 물건을 고르는 중국인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향후 문을 열 면세점들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충실히 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의 서울 시내 면세점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롯데 소공점과 관광객을 ‘나눠야’하는 상황이다. 면세 사업에 잔뼈가 굵은 롯데와 달리, 사실상 첫 걸음마를 하는 신세계가 단체 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할 수 있을지 업계의 전망이 분분하다.

두산은 주력 계열사인 인프라코어에서 희망퇴직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면세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을 두고 업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모든 우려의 바탕에는 5년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 국내 면세 사업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잡고 있다. ‘5년짜리 면세점’이 되다 보니 장기 투자가 어렵고,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 면세점들과의 경쟁에 역량을 쏟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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