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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기술인이 꼽은 올해 국내 과학기술 ‘10대 뉴스’

1. 메르스 사태


지난 여름 한국 사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짓눌렸습니다.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에 의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낙타나 박쥐 따위의 동물이 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로 추정되는데요. 중동을 방문한 68세 남성의 첫 확진 진단을 시작(5월21일)으로 5명의 ‘슈퍼전파자’가 발생해 186명의 확진자를 만들고 총 38명이 사망했습니다. 최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그가 이미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총 600명 이상의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메르스 확산은 초기 방역의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의 감염병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재해 국가 방역체계 재정비가 시급했죠. 7월 28일 메르스 사태가 종식 선언될 때까지 총 1만6693명이 격리조치 되었습니다. 국내 메르스 사망률은 19.35%로 전 세계 메르스 사망률 38.65%의 절반 수준으로 집계되었지만 낯선 질병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공포, 위험상황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 등으로 인해 한국사회는 메르스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2. 온도·습도·촉감 느끼는 스마트 인공피부 개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김대형 교수팀이 사람 피부처럼 부드럽고 신축성 있고 온도, 습도, 촉감까지 느낄 수 있는 스마트 인공피부를 개발했습니다. 이 인공피부는 초박막 폴리이미드(PI) 박막과 실리콘 단결정 나노리본(SiNR)으로 만든 온도·압력·변형 센서, 금(Au) 나노리본으로 제작된 습도 센서, 체온 모방을 위한 발열체 등이 투명한 실리콘 고무 속에 배치된 구조로 제작됐습니다. 연구팀은 이 스마트 피부가 50%까지 늘어나도 센서가 정상으로 작동해 손목 등 신축성이 좋아야 하는 부위에서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습니다.

스마트 인공피부로 만든 인공손 [사진=서울대학교]

3. 한국제약업계 사상 최대규모 해외 기술수출

한미약품이 올해 8조원대의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연구개발(R&D) 투자 결과가 연속적으로 이어져 단숨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예정입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미약품의 독자 기술은 바이오신약 ‘랩스커버리’ 기술인데요. 약물의 전달체계를 변화시켜 약효의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기술로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이나 당뇨치료를 매일 맞지 않아도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한미약품은 올해 일라이릴리(3월), 베링거인겔하임(7월)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으로 총 10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고, 여기에 최근 11월 사노피와 얀센과 맺은 기술수출까지 더해져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했습니다. 

한미약품 연구진 모습 [사진=한미약품]

4. 열을 전기로 바꾸는 고효율 신소재 개발

국내 연구진이 사람 몸의 체온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이전보다 2배 향상된 열전(熱電) 소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열전 소재란 소재 양면의 온도차에서 생기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신소재를 일컫는데요. 이번에 개발된 열전 소재는 선진국에 비해 성능이 두 배 가까이 향상된 것으로 세계 최고의 효율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됩니다.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김성웅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이영희 단장, 김상일 박사, 강원대 이규형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열전 소재를 활용해 일상생활이나 산업현장에서 버려지는 열을 상온에서 전기로 전환하는데 있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해당 논문이 게재됐습니다.

고효율의 열전소재와 이를 이용해 제작한 열전 소자 [사진=성균관대학교]

5. 자유롭게 휘어지는 배터리 개발

국내 기업이 휘어지는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해 웨어러블 시장에 본격 출시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 전체 소비자 손목착용 기기 시장의 40% 이상을 스마트워치가 차지할 전망입니다. 2020년에는 약 1억대 이상 출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SDI는 최근 스트라이프와 밴드형 배터리를 선보였습니다. 스트라이프 배터리는 섬유와 같이 자유자재로 휘는 유연성과 혁신적인 에너지밀도를 구현한 차세대 배터리입니다. 목걸이, 헤어밴드, 티셔츠 장식 등 다양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내·외장재 설계에 첨단 소재기술을 적용해 두께 0.3mm의 초슬림 디자인을 구현했고 실링 폭 최소화 기술로 기존 유사 배터리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했습니다. 스마트 워치를 타깃으로 개발된 차세대 제품으로 기존 스마트 워치 줄에 밴드 배터리를 적용하면 용량을 크게는 50% 이상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LG화학은 위, 아래로 완벽히 접을 수 있는 손목 밴드형 와이어 배터리를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이 배터리는 LG화학이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선 형태의 와이어 배터리를 응용해 만든 제품인데요. 기존 휘어지는 배터리가 사람 손목 곡률반경인 30R(곡률 반경) 정도에서 멈추는 한계가 있던 반면 이 제품은 위, 아래로 완벽하게 접을 수 있습니다. 밴드형 와이어 배터리는 기존 스마트워치 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시계 디자인 구현이 가능해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SDI의 스트라이프 배터리(좌), LG화학의 스마트워치용 밴드형 와이어 배터리(우) [사진=삼성SDI, LG화학]

6. 베일에 쌓인 세포의 비밀, RNA·마이크로RNA로 규명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이 올해 RNA와 마이크로RNA 관련 연구성과를 잇따라 발표해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마이크로RNA는 세포 내에 존재하는 특이한 유전 물질로 세포 분화, 사멸, 암 발생 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연구들이 잠재적으로 암 치료와 줄기세포 공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연구단의 첫 번째 연구성과는 마이크로RNA가 초기 배아에서 조절되는 기전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입니다. 마이크로RNA는 20개 정도의 뉴클레오타이드가 연결된 짧은 RNA 조각으로 특정 단백질이 과도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단백질의 발현을 제어하는 기능을 하는데요. 초기 배아에서는 RNA가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는 수정란의 마이크로RNA가 합성되기 전으로 모체(난자)의 RNA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연구단은 모체에 있는 마이크로RNA 끝 부분에 염기의 한 종류인 아데닌(A) 꼬리가 붙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또 이 변형으로 마이크로RNA의 양이 조절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두 번째 연구성과는 RNA 분해의 비밀을 ‘꼬리서열 분석법’으로 밝혀낸 것입니다. 연구단은 세포 안에 있는 전령RNA(mRNA)의 분해 과정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작동원리를 최초로 발견했는데요. 세포내 DNA에 담긴 유전정보는 전령RNA에 의해 복사돼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용됩니다. 따라서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전령RNA의 생성에서부터 분해까지의 과정은 생명현상의 핵심과정이며, 다양한 생리현상과 질병을 이해하는 기반이 됩니다. 본 연구결과는 셀(Cell)지에 실렸습니다.

드로셔-DGCR8 단백질 복합체의 기능 해부도 [사진=기초과학연구원]

7. 무한 재사용 가능한 그래핀 연료전지 촉매 개발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백종범 교수팀은 기계화학적 공법으로 안티몬을 그래핀의 가장자리에 넣어 세계 최초로 죽지 않는 연료전지 전극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연구진은 기계화학적 공정인 볼밀링법(ball milling)을 통해 최초로 준금속 중 하나인 안티몬을 그래핀 가장자리에만 선택적으로 입히고 전기화학적 활성도를 극대화하는 연료전지용 소재를 개발한 건데요. 그래핀 결정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계속 사용해도 안정적이고 우수한 산소환원용 촉매 특성을 발현시킬 수 있습니다. 연구결과는 국제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과 케미칼 리뷰에 게재됐습니다.

기계화학적 공법에 의한 안티몬이 도입된 그래핀 제조 모식도 [사진=울산과학기술원]

8. 핀테크 금융 혁신…전자화폐 시대 개막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의 독자기술이 국내외에서 주목 받으며 핀테크의 금융 혁신을 통한 전자화폐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국내 및 미국 정식 출시 이후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일 결제건수가 10만 건으로 일 평균 20억 원이 결제되고 있습니다. 애플사의 애플페이 등 모바일 결제 시장에 선 출시된 기술은 삼성페이 외에도 있지만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통신)와 MST(Magnetic Secure Transission, 마그네틱 보안 전송)를 동시에 지원하며 기존 플라스틱 신용카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 가능한 기술은 삼성전자가 독자적입니다. 마그네틱 카드는 리더기에 긁어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의 정보를 자기장으로 변환한 후 결제 시스템에 전달하고 이를 카드사에 보내 승인 요청 및 허가를 받아야만 결제가 되었던 반면, 삼성페이의 결제 솔루션은 카드 정보를 자기장으로 변환해 지원기기를 마그네틱 인식 장치에 가까이 가져가기만해도 결제가 됩니다. 다만 사용자들이 늘어날수록 보완점 또한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LG전자의 LG페이 등 후발주자와의 기술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삼성전자의 일부 단말기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노후화된 결제단말기에서의 오류, 교통카드(티머니)와의 호환 불가 등은 개선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9. 고강도의 가벼운 친환경 철강신소재 개발

최근 자동차 업계는 ‘연비와의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연비 개선 기술에 대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튼튼하면서도 가볍고 변형 시에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소재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티타늄 외엔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소재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텍 철강대학원 김낙준·김한수 교수와 김상헌 연구원 등 공동 연구팀이 철과 알루미늄의 ‘금속간 화합물’을 이용해 기존 합금보다 강도와 연성이 뛰어나면서도 무게가 훨씬 가벼운 친환경 소재의 철강 소재를 개발했고 해당 연구 결과는 네이처에 게재됐습니다.

이번 연구성과를 활용하면 강도가 높으면서도 가벼운 철강 소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금속간 화합물을 아주 작은 크기, 즉 수십~수백 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크기로 만들어 합금에 골고루 퍼지게 했는데요. 그러자 강도 강화에 방해가 됐던 금속간 화합물이 오히려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게 확인됐습니다. 이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소재는 기존의 저비중강(低比重鋼) 소재에 비해 강도는 50% 이상 뛰어나고 연성도 좋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특히 이 철강 신소재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티타늄과 비교하면 강도는 비슷하면서도 2배 이상 잘 늘어나는데 가격은 티타늄 가격의 1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개발된 신소재(좌)가 일반철강재보다 훨씬 더 가벼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포항공대]

10. 스마트(SMART) 원자로, 해외 수출 첫 걸음

올해 9월 사우디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사우디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간에 스마트(SMART) 원전 건설 전 상세설계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스마트 원전은 대형 상용원전의 10분의 1 규모인 100MWe의 중소형 원전으로 배관없이 원자로시스템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 안에 배치해 배관 파손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원천으로 차단하는데요. 이번에 체결된 상세설계협약은 지난 3월 ‘SMART 파트너십 MOU’의 첫 번째 실질 협력 프로젝트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향후 본 협약을 바탕으로 스마트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 상세설계(PPE: Pre-Project Engineering)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이후에는 사우디 내에 2기 이상의 스마트 원자로를 추가건설 및 제3국 공동 진출 등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스마트(SMART) 종합 시험 시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3차례의 선정위원회(위원장 남궁은,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심의와 총 3249명의 과학기술인과 일반인 투표를 통해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입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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