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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 학자금 대출에… 노년 허리 더 휜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자녀의 학자금 대출로 인해 노년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연금지급이 끊긴 인구가 10년 만에 5배나 늘었을 정도다. 자녀의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조만간 한층 심각한 수준으로 대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가 최근 미국 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과 뉴욕 연방 준비 은행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의 학자금 대출 총액은 2005년 28억 달러에서 2013년 182억 달러로 6.5배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전체 학자금 대출 증가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다. 또 60세 이상 대출자 수는 2005년 70만명에서 220만명으로 커졌다. 

[사진=게티이미지]


단순히 대출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2013년에는 65~74세의 학자금 대출 건수 가운데 27%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고, 75세 이상 인구의 학자금 대출은 절반 이상이 디폴트에 빠졌다.

빚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의 마지막 탈출구는 파산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채무는 파산을 신청하면 면책되는 반면, 학자금 대출은 예외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최근 집을 압류당할 위기에 처한 로버트 머피(65) 씨 역시 그런 경우다. 2002년 일자리를 잃은 뒤 아내가 벌어오는 1만3200달러(1543만원)로 한 해를 버티고 있는 그는 4년 전 파산을 신청했지만, 세 자녀를 대학에 보내느라 쌓인 24만6500달러(2억8823만원)의 빚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었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학자금 대출을 면책받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채무를 상환했을 경우 ‘대단히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면 된다. 하지만 ‘대단히 곤란한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굉장히 모호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이 완전히 완전히 희망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굴욕까지 떠안아야 한다.

퇴로가 모두 막힌 상황에서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해야 할 연금마저 지급정지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연금이 지급정지된 노령인구는 15만5000명에 이른다. 2002년의 3만1000명에서 다섯배나 증가한 것이다.

론 위든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학자금 대출을 못갚았다는 이유로 연금을 지급정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위든은 “미국인들은 늘어가는 대학 비용이라는 쇳덩이에 얻어맞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그들이 마지막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연금액을 줄이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학자금 대출 역시 국민의 노후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자금 대출 규모는 올해 6월말 기준으로 11조6928억원에 달한다. 2010년의 8조90억원에 비해 217% 증가했다. 경기 부진과, 조기 퇴직의 확산 등으로 부모가 자녀 학비를 부담할 여력이 없어지면서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개인회생 절차를 밟은 청년도 최근 3년간 50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청년층의 문제지만 ‘대출→대학 졸업→취업→대출금 상환’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끊기면서, 결국은 부모에게로 전가되는 비용이다. 특히 한국은 ‘캥거루족’, ‘헬리콥터맘’ 등의 현상이 나타날만큼 자녀의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미국보다 높아, 부모가 떠안게 되는 짐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미국 부모는 자녀 대학 학비의 36%만 부담한 반면, 우리나라 부모는 80%를 책임졌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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