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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현 “닥공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전해라~”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골프선수 맞나 싶을 정도로 희고 뽀얀 얼굴로 배시시 웃고 있다. 필드 위에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경기 중 그는 웃음기 없는 표정,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장타자들을 기함하게 하는 파워풀한 샷, 승부에 대한 몰입으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반전 매력의 ‘장타 여왕’ 박성현(22·넵스). 프로 2년차인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승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를 만났다. 가벼운 질문부터. “오프숄더 드레스를 고집하는 이유가 뭔가요?” 연말 KLPGA 시상식 때마다 양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로 시선을 ‘강탈’했던 그다. “저한테 가장 잘 어울리더라고요. ‘샤랄라’ 스타일은 좀 아니잖아요, 하하.” 청소를 좋아하고 긴머리를 붙여볼까 고민중이라는, ‘천상 여자’ ‘반전 매력’의 그녀다.

[사진=헤럴드경제DB]

▶‘남달라’ 박성현의 올시즌은 남달라=박성현의 골프백엔 ‘남달라’라는 글이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톱랭커가 되기 위해선 뭔가 달라야할 것같다는 생각에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문구다. 올해 가장 남달랐던 점은 뭘까.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야기한다.

“음, 올해 3승을 한 후에 다음 시즌 개막전까지 우승한 거요. 3승 하고 만족감에 빠질 수도 있었는데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가 또 하나의 우승을 더 보탠 것. 근데 이게 남다른 건가?” 고개를 갸웃한다. 당연한 걸 했다는 듯한 표정이다. 박성현은 실제로 3승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2016 시즌 KLPGA 투어 개막전인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와이어투와이우 우승을 차지했다. 첫날 티샷부터 마지막날 퍼트까지 숨소리 하나 끼어들 틈 없는 집중력이었다. 그러나 박성현에게 남달랐던 건 2015년 그 자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뒤 유망주로 손꼽혔지만 중요할 때마다 불운이 발목을 잡았다. 2012년 정규투어 시드전에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1타차로 투어카드를 받지 못했고, 2013년 2부투어 시절엔 맹장수술을 받는 바람에 제대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2부투어 상금왕으로 2014년 야심차게 정규투어에 입성했지만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 등 이른바 ‘빅3’ 신인들에 빛이 가렸다. 그는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실망만 하기 보다는 나를 채우고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14년이 있었기에 2015년이 있었다”고 했다.

▶미셸 위 “대박!”…장타는 내가 가진 행운=지난 10월 국내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박성현은 미셸 위, 렉시 톰슨(이상 미국)과 동반플레이했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장타자들. 비쩍 마른 박성현의 몸에서 빨랫줄같은 장타가 뻗어나왔다. 박성현의 드라이버샷이 10야드씩 더 나갔다. 박성현의 이날 평균거리는 263.5야드로 톰슨(248.5야드)과 미셸 위(245.5야드)를 압도했다. 미셸 위는 경기 후 박성현을 가리키며 한국말로 “대박이에요!”라고 했다. 박성현은 어땠을까.

“솔직히 얘기하면 미셸 위가 더 대박이었어요. 제가 원래 다른 선수 티샷하는 걸 안보는데, 티샷 소리를 듣고 미셸 위 얼굴을 다시 봤다니까요. 그냥 정말 ‘남자 소리’였어요. 정말 잊지못할 즐거운 라운드였어요.”

박성현은 다소 무리가 될 것같은 스윙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는데, 허리 부담은 전혀 없어요. 이런 스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선수들이 많잖아요. 이것도 내가 가진 행운이라 생각하고, 아프지 않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사진=KLPGA

▶닥공은 내년에도 계속된다=올해 상금왕 전인지가 내년 LPGA 투어로 떠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KLPGA 투어는 ‘박성현 천하’라고 한다. 그로선 기분 좋으면서도 엄청난 부담이다. 박성현은 “올해 잘 했더라도 내년 일은 또 모른다. 더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건 전지훈련서 모자란 부분 열심히 채우고 훈련하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박성현은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태미큘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1년 전, 부진했던 2014 시즌을 마치고 홀로 떠났던 그 곳이다. 박성현은 전훈에서 다소 빨랐던 스윙템포를 바로잡고, 대신 쓸데없는 생각들은 덜어놓고 돌아왔다. 그 열매는 올시즌 고스란히 받았다. 올해도 작년처럼 혼자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박성현의 2015년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뭘까. 그는 “‘닥공’(닥치고 공격)이란 말이 가장 재미있고 신선했다. 사실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팬들에게 물어봤다. 그 말 듣고, 내가 그 정도로 공격적인가 돌아보게 되더라. 내년엔 좀더 안정된 장타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닥공을 포기하겠다는 건가. 박성현은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친다. “닥공 포기요? 아니요! 닥공은 계속 할거에요~”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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