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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 코리안드림 새역사①] ‘한국판 아인슈타인 영입’ 첫발 내딛다
아시아 두번째 재정착 난민제도 시행…미얀마 4가족 입국
아인슈타인ㆍ울브라이트 등 난민 출신, 제2의 코리안드림 출발점될까
“한국서 살게 해줘요” 난민 1만3888명 신청, 3.8%만 인정
재정착 난민제도 첫 시행 맞은 한국…난민사 획기적 전환점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3.8%.’

지난 1994년 국내에서 난민 통계가 시작된 이래 난민으로 인정된 외국인의 비율이다. 올해 10월말까지 총 1만3888명이 신청해 531명만이 난민 지위를 얻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가장 인색한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집계한 세계 평균 난민인정률은 약 38%로 한국의 10배에 달한다.

유럽 북아일랜드의 한 유치원에서 난민을 환영하는 의미를 담은 편지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국보다 난민 인정이 까다로운 국가는 일본 정도이다. 지난해 7500여명이 난민심사를 신청해 12명만을 인정해 총 난민인정률은 1%가 안 된다. 유엔은 매년 한국과 일본에 “난민 인정률을 높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보수적이었던 한국의 난민제도가 23일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다. 2012년 난민법을 제정하면서 토대를 마련한 ‘재정착 난민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난민 출신인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나 미국 전 국무장관 울브라이트 등과 같은 인물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올지 주목된다.

재정착 난민제도는 한국행을 희망하는 난민들을 현지에서 심사해 국내로 데려오는 제도다. 기존의 ‘들어온 사람에 대한 심사’에서 ‘직접 찾아가 데려오는’ 적극적인 방식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유엔난민기구는 1950년대부터 재정착 난민제도를 운용해 왔다. 이번 시행으로 한국은 미국ㆍ호주ㆍ영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29번째 재정착 난민제도 시행국이 됐다. 아시아에서는 지난 2010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미얀마 난민 쿠 뚜(43ㆍ사진 가장 왼쪽)씨 가족 8명이 태국 메라 캠프에서 법무부 난민 심사팀 직원 등과 찍은 사진. [사진=법무부 제공]


제도 시행의 첫 테이프를 끊는 행운의 주인공으로 미얀마 네 가족(총 22명)이 선정됐다. 법무부는 쿠 뚜(43)씨를 비롯한 22명이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게 됐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8월부터 현지 난민캠프를 찾아 서류심사ㆍ신원조회 등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쳤다. 태국 딱주(州)의 메라 난민캠프는 미얀마 국경에서 약 8㎞ 떨어진 곳으로, 미얀마인 3만9000여명이 지내는 최대 규모(55만여평)의 난민캠프다. 난민들은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의 소수민족 탄압정책을 피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첫 재정착 선정 국가로 미얀마를 선택한 데 대해 법무부는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우리와 비교적 비슷해 상대적으로 국내 정착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족들은 면접에서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아이들 교육을 잘 시키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 가족은 모두 한류 드라마를 자주 시청하는 등 한국 문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재정착 난민은 법적 난민 지위를 얻고 거주자격(F-2) 비자로 체류하게 된다. 한국어ㆍ한국문화ㆍ취업 교육 등의 지원을 받는다.

국내에 입국한 이들 가족들은 향후 6∼12개월 인천 중구 출입국센터에서 일반 난민과 같이 지내게 된다. 취학 연령대 아이들은 대안학교인 인천 한누리 학교에서 다문화 전문강사들에게 수업을 받는다.

법무부는 2017년까지 약 60명의 미얀마 난민을 더 데려올 계획이다.

김영준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은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역할 분담과 난민 인권 보호를 위해 추진된 재정착 난민 수용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길 바란다”며 “재정착 난민이 한국에서 코리안드림을 실현해 난민 출신이었던 과학자 아인슈타인이나 미국 전 국무장관 매들린 울브라이트처럼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재정착 난민이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지 모니터링한 뒤 사업 확대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반면 IS 등 전세계 테러 위협이 고조되면서 난민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된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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