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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 슬리핑(well-sleeping) 시대 ① ] 지긋지긋한 불면증…나는 ‘꿀잠’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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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지난 4일 서울 청담동의 한 수면클래스. 50대 사업가인 정모 씨는 잠을 자 보는 ‘수면체험’을 하러 짬을 내 이곳에 들렀다.

스웨덴의 명품 수제침대 브랜드인 이 곳에서는 최저 1900만원 대부터 최고 1억6000만원에 달하는 명품 수제 침대를 판매하고 있다. 침대 가격이 수천만원이라는 말에 입이 딸 벌어지기도 하지만, 일단 한번 자보고 구매를 결정하기로 했다. 바쁜 사업을 하는 만큼, 짧은 시간도 깊이 잘 자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잠의 중요성과 수면 자세, 침대 선택법 등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하룻밤을 자고 갔다.

무료로 운영되는 이곳에는 한달 평균 5~7명 정도가 수면을 체험하러 온다. 대부분 1~2시간 정도 자고 가지만, 정씨처럼 하룻 밤을 자보고 싶다면 미리 예약을 하면 된다. 정씨처럼 사업을 하는 사람이 주로 방문하지만, 최근에는 신혼부부들도 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0만원대 수제 침대를 종종 구매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잠이 보약…‘꿀잠 투자族’ 증가 =‘꿀잠’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유료 아이폰 앱은 ‘굿슬립’이다. ‘굿슬립’ 앱은 수면부족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낮잠을 잘 때는 알파파를 유도해 긴장과 불안을 해소해 주고 밤에는 세타파를 유도해 불면증을 없애 준다.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5000원 가량만 내면 낮잠을 잘 수 있는 ‘낮잠카페’는 이미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잠이 부족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나만의 낮잠 시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고가의 수제 침대나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모션침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수면의학회가 권장하는 적정 수면시간은 하루 8시간이다.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는데 쓴다. 양질의 수면인 숙면만 잘 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정상적인 생체 리듬을 유지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피로회복은 물론 몸에 쌓인 독성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꿈을 통해서 기억을 재정리하고 분석함으로써 창의력과 통찰력이 향상되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 세계에서 가장 수면 부족=잠이 부족하면 쉽게 허기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의 수치가 높아진다. 하루 평균 5시간 자는 사람이 7~9시간 수면을 취하는 사람에 비해 과체중일 확률이 높은 이유다. 잠이 부족하면 당뇨, 심장질환 같은 각종 질병에 걸리기도 쉬워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 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는 2013년 38만여 명으로 4년 새 45.3%나 증가했다.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급증함에 따라 짧은 시간을 자더라도 양질의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웰 슬리핑’이 점차 주목 받고 있다. 활기찬 생활과 건강한 발육, 창의적인 활동을 위해 잠에 투자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인은 전세계에서 수면이 가장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12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9분으로 조사 대상 18개국 중 꼴찌였다. 프랑스는 평균 수면시간이 8시간50분, 미국은 8시간38분, 뉴질랜드는 8시간32분에 달했다.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잠 부족 직장인’은 40% 육박하고 있고 수면베개, 수면 양말 등을 포함한 한국의 수면시장은 매년 20%씩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의 수면관련 시장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미국(20조원)과 일본(6조원)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수면시장이 본격 성장세로 접어들고 있다. 

[사진출처=123RF]

▶세계 3대 명품침대, 아세요?=영국의 사보이어와 바이스프링, 스웨덴의 해스탠스는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제명품 침대 3대 브랜드이다. 이들 침대는 가격만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훌쩍 넘지만, 한국 시장에서도 서서히 주목 받고 있다.

‘침구업계의 롤스로이스’, ‘왕가의 침대’라 불리는 사보이어는 영국 런던 사보이호텔에 유일하게 들어가 있는 침대다. 사보이어는 하나의 침대를 한명의 장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만들어낸다. 침대 높이, 헤드보드의 디자인과 원단까지 고객이 원하는 취향대로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매트리스 속을 스프링과 함께 말총과 울, 면 등으로 채운 수제품이다. 오프라 윈프리, 마돈나 등 유명 인사들이 사용하는 침대로 알려져 있으며, 올해 판교 현대백화점에 입점했다.

영국의 바이스프링은 주문수공 제작 방식을 고수해온 장인 기업으로 스프링과 내구재, 매트리스 커버 등 침대 일체를 생산한다. 침대 제작에 사용되는 천연재료들은 자연친화적이며 리사이클이 가능한 재료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해스텐스는 스웨덴의 왕실 납품 브랜드로, 1852년 설립돼 163년 간 5대에 걸쳐 이어오는 패밀리 브랜드다. 천연소재 만을 사용해 자연 분해되며,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다. 고무와 폴리우레탄, 라텍스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 건강한 침대로, 사보이어가 장인 1명이 한개의 침대를 제작하는데 비해 해스텐스는 각 파트별로 숙련된 전문가들이 담당을 나누어 침대를 만든다. 한국에는 2010년 론칭했으며, 최근 3년 간 매해 꾸준히 100여대 가량이 판매되고 있다.

이들 침대에는 공통적으로 충전재로 ‘말총’이 사용된다. 말총은 자연 통풍 시스템으로, 수면시 배출되는 체액을 흡수하고 빠르게 배출해 건조시키는 능력이 뛰어나 숙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면, 양모 같은 다른 천연재료들도 습도와 온도조절을 도와 숙면에 최고로 적합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된다. 주문 후 3~6개월 가량 후에야 나만의 맞춤 침대를 받아볼 수 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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