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베트남)=신동윤 기자]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남동쪽으로 110㎞ 떨어진 영원무역 남딘(Namdinh)공장.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밑거름역을 담당했던 봉제산업 대표들이 지난 21일 이곳을 찾았다. 선진화된 제조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영원무역 사업장을 견학, 노후 설비와 운영시스템을 교체하는데 가장 적절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및 한국의류산업협회, 서울시내 6개 조합 산하 19개 봉제업체 대표들은 ‘제2의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일념에 눈빛이 빛났다.
이들이 찾은 영원무역 남딘공장에는 현재 78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지난 2004년 50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이 공장은 2008년 9월 설립된 원단 생산법인 성남방직. 2010년 인수된 뉴질랜드 메리노울 원단업체 디자이너텍스타일 인터내셔널(Designer Textiles International)이 더해지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46만2000㎡ 규모의 공장에서 연간 700만피스(pcs)의 완제품이 생산되는 남딘공장의 한국 근로자는 단 1명 뿐. 핵심 사업부서장 모두를 현지인으로 운영하며 완벽한 현지화를 이뤘다.
남딘공장이 다른 봉제공장들과 달리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모듈러(Modular)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모듈러시스템은 숙련 노동자 6~7명(니트) 또는 10명(우븐)이 원형으로 둘러 앉아 완제품을 생산해내는 구조다. 이는 생산 초기단계부터 완제품까지 단순 노동을 하는 수십명의 노동자가 일렬의 단일라인으로 구성돼 일하는 기존 ‘컨베이어벨트시스템’과는 큰 차이점을 보인다.
김진국 영원무역 전무는 “모듈러시스템으로 생산할 경우 숙련노동자 각자가 책임지고 중간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최종 라인의 인원수를 최소화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특히, 상황에 따라 생산물 및 조직을 쉽게 변형할 수 있는 등 탁월한 유연성 덕분에 부가가치가 높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공장을 둘러본 봉제업체 대표들은 모듈러시스템이 침체된 국내 봉제산업의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일제히 기대했다.
사진설명=원무역 남딘공장 봉제라인에 적용한 모듈러 시스템. 숙련 노동자 각자가 책임지고 중간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최종 라인의 인원수를 최소화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
사진설명=성기학 섬산련 회장이 영원무역 남딘공장을 방문한 소형 봉제업체 대표들에게 첨단 생산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귀성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이사장은 “옛날 봉제공장에 대한 재생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며 “영원무역에서 봤던 첨단시스템과 선진기술의 경우 조금만 바꾼다면 곧바로 봉제업에 종사하고 있는 소공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소형 봉제업체 대표들의 남딘공장 견학은 성기학 섬유산업연합회장(영원무역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
지난 10월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에서 강사로 나선 성 회장은 소규모 봉제업체들이 생존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설비와 생산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이어 그 대안으로 모듈러시스템을 꼽은 뒤 해당 시스템이 가장 원활하게 작동 중인 영원무역 남딘공장으로 소공인들을 초청해 눈으로 확인시킨 것이다.
방문단을 이끌고 직접 공장을 안내한 성 회장은 “현재 시장 상황은 품질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어 소위 ‘시장은 좁고 경쟁에서 먹고 살기는 힘든’ 상황이라 할 수 있다”며 “남딘공장을 돌아보며 배운 점을 바탕으로 더 발전시켜 나간다면 ‘시장확보-수익성 개선-채용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공인들이 작업환경을 개선해 한국 섬유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섬산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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