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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 대물림] 자녀학대 부모 60% “어릴때 학대받은 경험 있다”
-男 53%ㆍ女 64.4%…“아동학대→학교폭력→범죄→또다른 아동학대 이어져”
-“폭력 외에 무관심 등 정서적 학대도 문제…부모-자녀 정서적 유대감 쌓아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최근 온라인 게임에 중독돼 자신의 딸을 집에 가둔 채 굶기고 상습적으로 폭행해 구속된 아버지도 어린 시절 친부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아동학대의 대물림에 대한 사회 각계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를 받은 아이가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일으키고,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면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지며, 더 나아가 자신의 자녀에게 다시 학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동학대를 저지른 부모 중 최대 60%가 어렸을 때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22일 여성ㆍ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에 따르면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 중 30~60%가 어릴 때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에서도 가정에서 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한 사람이 성인이 돼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한 비율은 남성은 53%, 여성은 64.4%나 됐다. 모두 아동학대의 대물림 현상을 뚜렷히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단순히 대물림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교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어릴 때 학대를 받은 사람은 충동과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져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 또는 타인의 아이를 학대할 가능성이 크며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헤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어린 시절 받은 학대가 뇌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뇌의 크기가 감소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대를 받은 아이가 성인이 된 후 반드시 사회 부적응자가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상당히 밝혀져 있다”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범죄자의 인생을 역추적해보면 아동기에 학대를 받은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동학대가 대물림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폭력 상황을 접하면서, 폭력을 손쉬운 갈등 해결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또 복합적인 외상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신체적ㆍ심리적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자칫 폭력을 가족이 살아가는 필요충분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단순히 폭력 같은 육체적인 것만이 학대는 아니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비행 청소년의 경우 대부분 아버지로부터 신체적 학대, 어머니로부터 정서적 학대 더 많이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전영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기획조정실장도 “구타 뿐 아니라 ‘쫓아내겠다’거나 ‘그렇게 하면 때리겠다’며 겁을 주는 정서적 학대, 또 식사를 제때 챙겨주지 않거나 늦게 귀가해도 신경 쓰지 않는 무관심 등도 자녀를 비행으로 이끄는 학대”라고 강조했다.

아동학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이 권유한 것은 사랑이었다. 맹목적인 사랑이 아닌 부모와 자녀 간 정서적인 유대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실장은 ”부모 중 어느 한쪽으로부터 정서적 지지나 관심을 받으면 세대 간 폭력 전이가 깨지는 경향이 있다”며 “초등생의 경우 학대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숙제, 공부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취미 생활을 함께 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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