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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X파일>밖에서는 ‘신기술’ 몰려오는데, KT는?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KT가 최근 출입 기자단 송년회를 빙자한 사실상 ‘경쟁사 성토대회’를 열었습니다. 유무선 및 방송통신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모두를 황폐화 시키는 대재앙”이라는 주장입니다.

임헌문 KT Mass 총괄 사장은 “남이 애써 일궈놓은 사업을 파괴하는 것이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인지 의문”이라며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부작용 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반대했습니다. 심지어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뜻의 한자성어 자기기인(自欺欺人) 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경쟁사의 인수합병 전략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은 국내 최고 수준의 방송네트워크 사업자의 탄생을 뜻합니다. SK브로드밴드 IPTV 가입자와 CJ헬로비전 케이블TV 가입자를 더하면 점유율은 단숨에 업계 1위에 버금가게 됩니다. 종전 1위던 KT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비슷한 규모의 경쟁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KT가 송년회를 경쟁사 성토대회장으로 활용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절박한 위기감입니다.

하지만 KT 또한 복합 방송플랫폼 사업자입니다. IPTV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여기에 위성방송이라는 독점 플랫폼까지 자회사로 가지고 있습니다. SK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IPTV와 케이블TV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선 중심의 IPTV와 선 없이도 볼 수 있는 위성방송의 만남이 똑 같이 유선망에 기반한 서비스인 IPTV와 케이블TV의 결합보다 더 신선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정부는 최근에서야 IPTV와 위성방송을 이용한 결합상품을 허용했습니다. KT가 실시간채널은 위성으로, 다시보기(VOD) 서비스는 IPTV로 하는 이름도 거창한 하이브리드 결합상품 접시없는 위성방송(DCS) 솔루션을 출시한 지 3년 넘게 심사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통상 1개의 플랫폼 형태로 서비스하는 경쟁사에서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방송을 넘어 인터넷 OTT, 그리고 심지어 모바일 기기로 TV를 보는 시대에 낡은 칸막이를 고집해 새로운 기술진화를 거부해서는 안된다는게 당시 KT의 설명이였고, 많은 관계자, 전문가들이 심사숙고 끝에 인정한 것입니다.

이것도 모자라 KT는 ‘미드’로 무장한 넷플릭스와 연합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IPTV와 위성방송, 여기에 대표적인 글로벌 OTT 서비스까지 더해 ‘국경 없는 방송 대국’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국가대표 통신기업(Korea Telecom)다운 행보입니다. 만약 여기에 경쟁사들이 반대한다고 대 국민 선전전을 반복해서 펼친다면, KT는 분명히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는 주장”이라며 일축할 것입니다. 과거 위성방송 시작, 그리고 ‘뉴미디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케이블TV와 같은 원리, 같은 내용의 IPTV에 뛰어들 때 처럼 말입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의 공은 이제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모여 만든 정부 TF로 넘어갔습니다. 경쟁사의 급부상 카드를 박수만 치기에는 기업 현실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도때도 없이 계속되는 ‘상대방 헐뜯기’는 이제 정부와 전문가들을 믿고 그만해야 할 때입니다. KT가 송년회를 빙자한 기자간담회에서 “합병반대”가 아닌 “기가 인프라에 기반한 방송플랫폼의 진화,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했다면 진짜 Korea Telecom이라고 박수를 받았을 것입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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