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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사장단 올해 무엇 배웠나 …‘인문학의 부활’
-올해 사장단 강연의 처음과 끝은 인문학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올해 삼성그룹 수요사장단 회의 화두는 ‘인문학’과 ‘신기술’이었다. 지난해 주류를 이뤘던 경제ㆍ경영은 퇴조하고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다시 부상한 것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새로운 미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올초 신임임원 만찬에서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삼성의 미래를 위해 힘차게 도전해 달라”고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올해 사장단 회의 강연 주제에도 삼성이 새 먹거리를 찾아야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우측 첫번째),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우측 두번째) 등 삼성 사장단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 후 처음 열린 사장단 회의를 마친 뒤 사옥을 떠나고 있다.


18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1월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총 48회 사장단 강연 중에서 인문학 분야가 18회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인문학 강연이 4회에 그쳤던 것과도 대비된다. 인문학 강의는 전체 강연 중에서 30%에 육박한다.

인문학은 올해 사장단 회의의 처음과 마지막 강연 주제이기도 했다. 지난 1월 7일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2015년 한국 사회 키워드’ 첫 강연을 시작으로 거의 매달 인문학 관련 강연이 포함됐다. 5월에는 세계적인 공연단 ‘태양의 서커스’의 질 생크로 수석부사장을 초청해 ‘질주하는 창의성’을 경청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사양산업으로 불리던 서커스에 예술적 요소와 스토리를 더해 탈바꿈된 대표적인 콘텐츠다.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강연도 많았다. 장하석 런던대 교수의 ‘선입견의 위험과 위력’, 황농문 서울대 교수의 ‘몰입,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마지막 강연인 정호승 시인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도 유사한 범주다.이는 창의적인 제품과 IT 기술도 결국 인문학적 사고가 근간을 이루는 만큼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즉 애플 등 글로벌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경쟁력 뿐만 아니라 창의성을 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직접 다룬 강연도 12회나 차지했다. 전체 강연의 4분의 1인 셈이다.

바이오, 사물인터넷, 로봇, 인공지능 등을 주로 다뤘다. 지난 7월에는 데니스 홍 UCLA 교수가 ‘로봇, 인류의 행복과 동행하나’, 8월 26일에는 오준호 카이스트(KAIST) 교수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미래’를 강연했다. 지난10월에는 금융혁명에 따른 디지털 화폐, 스마트 빅뱅, 바이오산업 등 최신 기술 흐름을 3차례 연거푸 다루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와 사물인터넷, 스마트카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절반가량 차지했던 경제와 경영은 각각 6회와 7회였다. 정치외교(북한 포함)는 5회에 그쳤다.

올해 삼성사장단 앞에 선 강사는 총 47명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삼성 내부 인사 보다는 외부 인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경영과 사회 트렌드를 이해하는 시간이 많았다. 2011년에는 17명의 삼성 내부 인사가 강연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7명이었다. 반면 지난해는 2명, 올해는 3명에 그쳤다.

외부인사 중에서는 교수가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 소속 교수가 9명이었고 서울대 7명, KAIST 6명 등의 순이었다. 고려대 소속 교수는 1명이다.

삼성 사장단 회의 강사 중 교수는 2011∼2013년 24∼26명에서 지난해 32명으로 크게 늘어난 뒤 올해는 34명까지 확대됐다.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는 휴가철을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 오전 8시부터 열린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 시작된 ‘수요회’가 모태다. 수요 사장단 회의로 이름이 바뀌고 강연이 정착된 것은 2010년부터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윤부근·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을 포함한 50여명이 참석한다. 올해 기준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은 53명이다. 오너일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장 사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수요 사장단 강연 주제를 보면 삼성을 비롯한 경제계의 지향점을 가늠해볼수 있어 재계 관심대상이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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