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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당포의 메카가 압구정동ㆍ신사동이라고?
-서울 전당포 강남구에 40% 집중…압구정동ㆍ신사동 25곳 넘어
-중고 명품샵과 결합…체인점 형태 발전 이미지 변신도 한몫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최근 학원비가 필요한 대학생 김 모(22)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전당포를 찾았다. 평소 금쪽같이 아끼던 명품 가방을 맡기고 50만원을 대출 받았다. 가방을 팔면 더 큰 돈이 들어오지만 굳이 목돈이 필요하지 않았고 용돈을 받으면 물건을 다시 찾아갈 계획이다.

전당포가 음습한 골목을 탈출해 대한민국 대표 ‘부자 동네’ 압구정동에 중심 터를 잡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압구정동(행정구역상 신사동 포함)에 가장 많은 전당포가 밀집해 있다. 서울지역 전당포 218곳 중 30%인 66개가 강남구에 자리를 잡았다. 이 중 압구정동에 40%에 육박하는 25개 점포가 넘는다고 하니 ‘전당포의 메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압구정동 전당포앞에 세워진 명품전당포 간판.

압구정동 ‘명품 전당포’ 시대=유독 압구정동에 전당포가 많은 이유는 시대상에 맞춰 변화하는 담보물 종류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전자기기와 예물반지 등을 맡기는 ‘호구지책’형 손님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고가의 정보통신기기나 가방, 외제 차량 등을 담보로 맡기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명품이 몰리는 곳에 전당포도 몰렸다. 압구정동에서 현금화하기 쉬운 명품가방ㆍ시계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일명 ‘명품 전당포’가 압구정동 일대에 성업하고 있다. 명품 전당포는 중고 명품을 사고팔기도 하지만 명품을 담보로 한 대출과 위탁판매가 주된 업무다. ‘중고 명품숍’ 등의 이름을 내건 곳도 있고, 체인점으로 영업하는 곳도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압구정동은 전당포에 맡길 만한 명품을 가진 사람이 많은 곳”이라며 “주변에 갤러리아ㆍ현대 백화점 등 럭셔리 매장이 많다. 이 때문에 고가의 명품 제품을 사려는 사람이 몰리고 이미 산 물건을 맡길 수 있는 전당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전당포가 압구정동에 뿌리내린 영향도 있다. 실제 압구정동 전당포들은 대부분 허름한 골목을 벗어나 잘보이는 소위 몫좋은 곳에 위치했으며 내부는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일하는 사람들은 은행 직원처럼 모두 정장 차림이다.

불황의 역설…전당포의 부활=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주부들은 아이들의 학원비 때문에 보석류 등 저당품을 맡기고 급전을 융통한다. 고가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맡기고 대출받는 대학생부터 사업자금ㆍ생활비를 빌리기 위해 직장인 등 전당포를 이용한다.

대출 금액은 물품의 도매가와 보관 상태, 브랜드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정해 놓은 대출 상환 기간은 상황에 따라 연장해주기도 한다. 대출 상환 기간이 길어지면서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주인에게 버림받은 저당품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전당포에 고객들이 몰리는 날은 따로 있다. 카드 결제일인 매달 1ㆍ15ㆍ25일을 앞두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크리스마스나 명절, 연말연시 등 돈 쓸 일이 많은 기념일에도 전당포에 발길이 북적인다.

한편 전당포 이용자들이 꼼꼼히 살펴야 할 사항들도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남구는 최근 서민들의 생활자금 수요가 많아지는 연말연시를 맞아 66개 전당포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일부 영업정지 3개월 처분과 7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전당포를 이용자들은 감정료가 적정한지 비교해보고 계약사항 등에 대해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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