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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내륙국 몽골이 바다로 가려는 까닭은?
  칭기즈칸과 광활한 초원으로 대표되는 몽골의 오늘날 국경선은 바다와 한 치도 접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한 때 유라시아 대륙을 누비며 일찍이 육상ㆍ해상 교통로를 발달시킨 몽골제국답게 바다를 중시하는 정신은 오롯이 일상생활에 자리 잡고 있다.

  칭기즈칸의 ‘칭기즈’는 몽골어로 위대하다는 의미 외에도 대양(Ocean)이라는 의미를, 몽골 국민의 과반이 믿는 라마교의 최고 성직자인 달라이 라마의 ‘달라이’는 몽골어로 바다(Sea)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몽골을 상징하는 국가문양인 ‘소욤보’에는 잠잘 때에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원 제국이 사라진 이후 약 650년간 바다를 잃어버리고 내륙에 갇혀 있던 몽골이 최근에는 칭기즈(대양)와 달라이(바다) 정신을 되살려 우리나라와 손잡고 지금 바다로 나가려 하고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윤학배(왼쪽) 해양수산부 차관과 뭉흐 출룬 조릭트 몽골 도로교통부장관이 지난 16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황교안 총리와 치메드 사이칸비레그 몽골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간 ‘해운물류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해양수산부]

  세계 10대 자원부국인 몽골은 바다와 접하지 못한 내륙국의 한계로 인해 국제교역을 위한 철도와 항만 등 국제물류망 확보가 여의치 않다. 그 결과 철광석, 석탄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불리한 조건에 이웃인 중국ㆍ러시아에 수출하고 있고, 몽골의 수출입과 외국인 투자의 70∼90%가 이들 국가에 편중돼 있다.

  이러한 편중된 교역구조는 경제발전과 국가생존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몽골정부에게 교역통로의 다변화는 국가생존 전략이다. 따라서 교역 다변화의 핵심인 광물자원 같은 대량화물의 효율적인 운송수단인 철도와 연결된 해상운송로 개척은 필연적 과제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몽골정부는 2012년에 해운, 항만, 해사 업무 담당 부서를 도로교통부에 신설해 도로와 철도 등 물류기반 시설의 건설 및 운영과 함께 해운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국제물류망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해양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해양강국인 우리나라에 여러 해운물류 협력 사업을 제안해 왔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10년 ‘한국ㆍ몽골 해운협력회의’를 계기로 해운물류 자문관 몽골 파견, 몽골 공무원 해운물류 연수교육 실시, 몽골인 해기사 9명 배출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2015년에는 우리 기업과 몽골 정부가 50%씩 투자하여 한ㆍ몽 합작 물류기업을 설립하고 세부 협력사업으로 몽골 석탄의 해외 수출 시범운송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한ㆍ몽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황교안 국무총리의 몽골 공식방문(12.15~17) 기간 중 양국 간 해운물류 협력 사업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자 울란바토르에서 몽골 도로교통부장관과 ‘해운물류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정부 대표로 서명했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정부는 광물자원 개발과 수출입 통로의 다변화를 통한 몽골의 경제개발에 협력하는 한편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이 몽골자원 운송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양국 간 협력 성과가 가시화되도록 할 계획이다.

윤학배(왼쪽) 해양수산부 차관과 뭉흐 출룬 조릭트 몽골 도로교통부 장관이 양국간 ‘해운물류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해양수산부]

  물론, 몽골과의 해운물류 협력사업 및 시설투자에는 몽골의 낮은 인구밀도와 산업기반 미비, 왕복 물동량 불균형, 중국 또는 러시아의 철도와 항만 이용 제약 등 사업 리스크가 높고 단기적 이익창출이 쉽지 않은 난관도 존재한다.

  그러나 몽골은 유라시아 대륙 동편의 동과 서, 남과 북을 잇는 주요 고리이자 자원부국이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몽골에 국제물류망이 제대로 갖추어 지는 것은, 비단 몽골만의 이익에 그치지 않고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대륙으로 잇고 특히 동북아시아의 공동번영을 견인할 새로운 성장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유라시아 물류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하기 위해 몽골이 신 국제물류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몽골, 중국, 러시아의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하여 투자 위험을 낮추고 물류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협력을 이끌어 낼 지렛대로 최근 국제기구화를 추진 중인 광역 두만강 개발계획(GTI: Greater Tumen Initiative)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몽골 동서간 거리는 2400km에 이르지만, 인천공항에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까지는 약 2300km 정도이다. 그 만큼 몽골 영토는 광활하고, 우리가 체감하는 것 보다 가까이 있는 나라이다. 내륙국인 스위스에 세계 2위 선사인 MSC가 자리하고 있듯이 지속적인 한국ㆍ몽골 간의 해운물류협력을 통해 몽골 정부의 해양 진출 노력이 하나씩 결실을 맺어가고 머지않은 미래에 한·몽 합작회사의 선대가 오대양을 누비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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