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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틴 조의 한국의 맛기행 ‘The Taste’ -하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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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 넘는 세월로 고아낸 하동관 곰탕”


미국을 떠나 서울에 새로 정착하며, 광고로 얼룩진 푸드 블로그들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현지 ‘맛집’을 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갖은 조사를 통해 서울과 여러 지역의 식당을 누비기 시작했다. 한국의 맛을 알기 위한 여정 속에서 찾아낸 숨은 요리점, 트렌드를 이끄는 맛집, 한국 요리문화를 지켜 장인들과 이 시대의 풍미를 이끌어가고 있는 식문화들을 앞으로 ‘더 테이스트(The Taste)’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The Taste의 첫 번째 칼럼은 한식 요리의 시대정신이 흐르는 서울에서도 유명하기로 소문난 식당 한 곳을 소개하면서 시작하고자 한다. 찬 바람이 매섭게 부는 요즘과 더 없이 잘 어울리는 76년 전통의 뜨거운 곰탕 전문점 하동관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음식점인 하동관은 단 한가지 음식만으로 긴 역사를 품어왔다. 얇게 저민 한우를 쌀과 함께 맑은 국에 담아 내는 하동관 곰탕은 한결 같이 깊은 맛으로 사람들을 두고두고 돌아오게 한다. 

하동관 명동지점에 들어섰다. 가게 안에는 종로구 수하동에 있던 시절부터 사용돼온 몇 개의 테이블과 한식당 특유의 밝은 조명이 보였다. 재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 덕에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따뜻하게 환영받는 기분이 들었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고 이윽고 고개를 돌려 가게를 살폈다. 벽 한 가득 액자에 담긴 수상경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그 아래서는 어느새 말씀히 비운 놋쇠그릇 앞에서 만족한 표정의 손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님들의 흡족한 표정만큼이나 요리를 내오는 부엌에서도 자신감이 풍겨 나오는 듯했다.

하동관을 찾는 손님들이 이 곳을 알게 된 것은 대부분 지인의 추천을 통해서다. 수 많은 음식점들로 붐비는 명동거리에서 하동관을 콕 짚어 방문하는 식객들의 목적은 분명하다. 바로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곰탕을 맛보러 오는 것이다.  


벽에 걸린 차림표에는 여섯 가지 메뉴가 전부였다. 기본 식사인 1만 2000원짜리 곰탕은 양지고기와 쌀, 육수가 들어있고 양질의 고기를 추가할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어쩌면 소박해 보이는 수육, 삶은 양지고기, 내포(소의 내장을 삶아 포를 뜬 것)를 추가하다보면 곰탕은 한 그릇이 5만원어치 식사로 둔갑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5만원. 곰탕으로 해결하는 한 끼 식사로는 깜짝 놀랄 수도 있는 비싼 값이다. 하지만 고기의 원산지를 확인하면 이 곰탕 한 그릇의 가격이 비싼 이유에 대해 어느정도 수긍하게 된다. 하동관은 60년간 단 한 업자로부터 최고급으로 엄선된 한우와 사골을 꾸준히 공급받고 있다. 하동관은 그런 고기를 전통 기법을 사용해 하루에 한 솥만 옹골지게 끓여낸다. 이 솥은 당일 하루 동안 음식점의 모든 매출을 담당하는데, 오후 4시경에는 어김없이 동이 난다.

곰탕을 끓여 내는 하동관 대표 김희영 씨는 40년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직접 부엌에 섰다고 했다. 탕의 맛은 매일 가게에 납품되는 고기와 김 씨의 상태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한다. 때문에 하동관에서 곰탕을 먹는 손님은 그저 한 그릇의 국밥을 먹는 게 아니라 예리한 통찰력을 가진 혀 끝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을 맛보는 것이다.  


하동관 곰탕 국물은 맑고 투명하며 뼈와 내장으로 우려낸 육수에서 으레 나기 마련인 기름진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양지고기와 쌀은 식감과 무게를 더하는 장식이자 조연일 뿐, 곰탕의 주인공은 바로 이 국물이다. 여기에 달걀, 깍두기 국물을 더해서 즐겨도 되지만, 역시 가장 널리 선호되는 방식은 송송 썬 파와 함께 소금과 후추간으로 기본 양념을 하는 것이다.

두 군데 지점밖에 없는 하동관을 총괄 운영하는 일가에 대해서는 ‘전설’처럼 알려진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분명 오늘날의 하동관을 만들어 온 것은 김희영 씨와 그녀가 요리에 바치는 변치 않는 충성과 헌신적인 노력이다. 하동관을 방문했을 때, 여러 번의 설득 끝에 굳게 닫혀진 부엌 문을 열고 나온 김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김 씨와 나는 두 사람의 셰프로써 일을 하면서 느끼는 피로, 그와 함께 몰려오는 깊은 만족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로 풀어 내지 않아도 통하는 여성 셰프 사이의 동질감으로 김 씨는 나를 따뜻하게 포옹해 줬다. 

thepalatekorea@gmail.com


▶ 하동관

요리: 전통/특선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 1가 10-4
강남 지점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891-44
전화번호: 02-776-5656
운영시간: 매일 7:00am-4:00pm 
웹사이트: http://www.hadongkwan.com/
가격대: 1만2000원-5만원
추천 메뉴: 곰탕, 내포곰탕 특선,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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