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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상범 기자의 아! 車!]‘왕회장의 차’ 다이너스티를 떠올리다
고급스러움 강조 ‘한국의 명예’
고소득층 취향 저격 인기몰이
에쿠스 등장과 함께 쇠락의 길

지금의 제네시스 탄생 ‘원동력’


현대자동차의 에쿠스가 역사의 길로 사라졌습니다. 후속 모델인 EQ900이 제네시스의 이름으로 편입되면서 현대차 최상위 세단이자, 회장님의 차로 이름을 떨쳤던 에쿠스는 추억으로 남겨졌는데요.

사실 에쿠스 이전에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이자, 원조 회장님들의 차로 인정받던 모델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름부터 고귀한(?) 다이너스티(Dynasty)입니다. 영어로 전통과 권위라는 뜻을 가진 이 차를 현대차는 1996년 5월 출시합니다.

당시는 현대차의 기함 역할을 하던 뉴 그랜저가 후발 주자였던 대우 아카디아에게 매서운 추격을 당하는 것은 물론, 일본차를 필두로 한 글로벌 회사들의 차량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현대차는 이를 뿌리치기 위한 뉴 그랜저 이상의 모델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출시 당시 현대차가 만든 광고를 보면 다이너스티 브랜드의 포지션이 잘 나타납니다. 현대차는 이 차에 대해 ‘한국의 명예(名譽)’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는데요. 광고 영상에는 석양이 깔린 광활한 도로를 배경으로 다이너스티가 등장하며,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깔립니다. 동시에 “세계의 명차와 겨루기 위해(예나 지금이나 현대차는 세계와의 경쟁을 많이도 강조합니다), 정상의 귀하를 완벽하게 모시기 위해, 한국의 명예, 다이너스티 탄생”이라는 멘트가 흐릅니다. 여기에 당시 국내 최고 수준의 전장(4980㎜), 전폭(1490㎜)을 강조하며,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습니다.

특히 2년 뒤 출시한 리무진 버전의 경우는 기존 모델 대비 뒷좌석 길이를 150㎜ 늘리기도 했습니다. ECS 및 4채널 4방식의 ABS,미끄럼방지장치(TCS) 등 각종 첨단 장치 역시 기본장착을 하며 뉴그랜저를 압도했습니다.

그 외에도 당시로는 파격적인 투톤 칼러를 적용하고, 리무진 버전의 경우 황금 도금을 한 엠블럼을 사용하는 등 고소득층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시도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 전륜구동 특유의 안정적인 승차감은 ‘마치 물 흐르듯 하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뉴 그랜저보다 한단계 높은 차라는 브랜드 포지셔닝과 함께 왕회장으로 불렸던 故 정주영 회장이 즐겨타면서 ‘회장님의 차’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습니다. 정주영 회장은 이후 에쿠스가 나온 후에도 다이너스티를 즐겨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영광은 저뭅니다. 바로 1999년 등장한 에쿠스 때문인데요. 현대차는 에쿠스와 그랜저 사이의 모델로 다이너스티의 판매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압도적인 에쿠스 선호도로 인해 결국 다이너스티 고객의 이탈까지 발생하고 맙니다.

결국 3500㏄와 리무진 모델은 단종되는데요. 하지만 3000㏄와 2500㏄ 모델은 2005년 10월까지 계속 생산되면서 틈새 시장을 소폭이나마 공략했습니다.

이후 1세대 제네시스가 등장하며 그랜저와 에쿠스의 중간 모델이라는 포지션을 이어받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차의 후속 모델은 아슬란입니다. 1세대 제네시스가 후륜 구동의 역동성을 강조했던 것에 비해 아슬란은 전륜 구동의 승차감을 강조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이너스티를 통해 현대차가 시도했던 고급브랜드 전략은 지금도 이어져, 최근 제네시스 브랜드의 탄생까지 만들었습니다. 오늘날의 글로벌 탑 5로 현대차가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시도와 실패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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