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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금리인상, 원자재 폭락 ‘뇌관’ 건드렸다…유가 20달러대까지 폭락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금리 인상이 가뜩이나 하락세를 걷고 있던 국제 원자재 가격에 찬물을 끼얹으며, 원자재를 팔아 경제를 굴리던 신흥국들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신흥국 발(發) 경제 위기가 세계를 덮치면, 경기 회복을 낙관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계획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는 이틀 연속 국제 유가를 끌어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6일 1.83달러 하락한 데 이어, 17일에도 57센트 하락하며 배럴 당 34.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2월 18일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도 내년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과 같은 배럴당 37.19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2004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가다.


기름값은 가뜩이나 공급 과잉으로 인해 한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4일 감산 합의에 실패했으며, 미국 의회는 이튿날 원유 수출 금지를 40년만에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또 같은 날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다’는 최종 판정을 받았다. 이란 정부는 “(내년 초) 제재가 풀리면 원유 수출량을 하루 100만배럴씩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기름값이 최악의 경우 2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7일 발표한 투자노트에서 “활동 중인 시추기 수가 여전히 너무 많은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에도 산유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2016말까지 공급과잉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유가는 석유 부국들을 빈사 상태로 내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올해 재정적자는 1070억~133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러시아는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CDS프리미엄이 304.7bp로 세계에서 8번째로 높다. 원유 수입이 국가 재정의 절반을 차지하는 베네수엘라도 4300bp대까지 치솟았다.

철광석 가격 하락 또한 신흥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톤당 40달러 초중반대에서 형성되고 있는 철광석 가격이, 내년 평균 38달러, 2018년 평균 3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17일 내놓았다. 이는 골드만삭스가 약 1년전 전망했던 것보다 13~14% 더 낮은 수준이다.

철광석 가격 폭락으로 업계는 세계 곳곳에서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들어 10월까지 누계 적자가 386억3800만위안(약 7조원)에 달하는 중국 철강업계의 경우, 산둥(山東)성 최대 국영기업 산둥철강(山東鋼鐵)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3000명을 감원했고, 10월에는 중국 2위 민영 철강 기업인 하이신강철(海 鋼鐵)이 경영 적자에 따른 부채 상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했다. 또 중국 2위 철강사인 우한강철그룹도 조만간 1만1000여 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선진국 역시 상황은 같다. 미국 2위 철강 생산 기업인 US스틸은 지난해 북미지역 직원 3000명을 해고했고, 올해 초에는 오하이오와 텍사스주(州)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영국 최대 철강사로 유럽에서 둘째로 큰 레드카 제철소도 최근 부채상환 압박 견디다 못해 폐업을 신청했다. 세계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공장 2곳의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국 중 하나로 꼽히는 브라질은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로 강등됐다. 또 다른 주요 수출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역시 GDP대비 국가 부채가 48%까지 뛰어오른 상태다. 이 두 나라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나라로 전망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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