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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2015년 ‘자산증가 1위’ 제프 베조스를 하버드 경영대가 혹평한 이유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2015년이 저물어갑니다. 올 한 해 지구촌에서 개인자산을 가장 많이 불린 부자는 누구일까요? 바로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 창업주ㆍ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입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베조스는 2015년 한 해 자산규모 34조7700억원(295억달러)을 늘렸습니다.
 
1년간 쉴 틈 없이 늘어난 그의 자산은 68조8200억원(584억달러)에 달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베조스가 개인자산만 불렸을 뿐이란 혹평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가 이끄는 회사에 문제가 있단 분석도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돈주머니를 어마어마하게 키운 창업주와 그의 회사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제프 베조스는 올해 가장 많은 자산을 늘린 부호 1위에 등극했다.

베조스 성공의 원인, 아마존 ‘돈벌이’OK→ 주가도 UP = 그가 세계 억만장자 클럽 내에서도 소위 ‘대박’을 친 건 물론 그가 세운 기업이 장사를 잘 해서입니다. 아마존은 미국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ㆍ새해로 이어지는 시즌에 가장 많은 이가 찾는 유통업체로 알려졌습니다. 블룸버그는 이 기간 미국 전체 소비의 39.3%를 아마존이 홀로 책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규모는 월마트 등 나머지 21개 유통기업이 끌어들이는 매출보다 큽니다.

돈 잘 버는 회사 주식이 ‘황금(?)’으로 변한 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올 초 아마존 주가는 주 당 308달러 정도였지만, 16일(현지시각) 현재 676달러가 됐습니다. 갑절 이상이 됐죠. 

조지 소로스나 스티브 코헨(Steve Cohen)등 거물 헤지펀드 투자자도 아마존 주식이 ‘매력적’이란 평가를 아끼지 않습니다. 이 회사 기업가치는 현재 1750억달러(세계 34위)에 이릅니다. 본인 자산 포트폴리오 94.1%를 아마존 주식으로만 구성한 베조스의 지갑(?)이 두둑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회사가 벌어놓은 돈 만큼 창업주 자산도 불어난 모양새입니다. 

아마존 시애틀 본사

CEO를 ‘스타’로 만든 기업의 민낯(?) = 베조스는 말 그대로 스타가 됐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매체들이 그의 극적인 자산증식을 앞다퉈 전했습니다. 내로라 하는 거물 투자자들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죠. 

그런데 그가 ‘돈 많이 번 CEO’로 등극하기 몇 달 전, 유명 경제 잡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sㆍ이하 HBR)는 재미있는 자료를 내놨습니다. 바로 이 매체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성과를 남긴 CEO’ 순위인데요. 여기서 베조스는 굴욕(?)을 맛봤습니다. 896개 기업 CEO 907명 중 87위에 그쳐서입니다. 지난해 그는 1위였습니다.

베조스는 왜 이 순위에서 미끄러졌을까. HBR의 평가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재무 성과로만 성적을 매기던 HBR이 올해부턴 재무 성과 80%에 비(非) 재무적 성과 20%를 반영키로 했습니다. ‘CEO 베조스’의 재무 성과는 올해도 별 문제 없이 1위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그 외 부분 성적은 매우 부진했습니다. 907명 CEO들 중 828위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거의 꼴찌수준입니다. HBR이 밝힌 비 재무적 성과 기준엔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ㆍ 경영관리방식 등도 포함됐습니다. 

아마존이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폰 ‘파이어(Fire)’. 이 이름의 일반적 의미는 ‘불’ 등이지만, ‘해고하다’는 뜻도 지닌 단어다. 최근 일고 있는 이 회사의 근로조건 논란과 이 ‘Fire’가 미묘하게 겹쳐보인다. 결국 이 스마트폰은 판매부진 끝에 올해 9월 판매가 중단됐다.

끊이지 않은 구설수 = 그렇다면 여기서 2015년 한해동안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이 겪은 ‘논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실적으론 사실상 최고 수준을 달성했지만, 다른 분야에서 이 회사는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르내렸습니다.

지난 8월 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의 ‘잔혹한 근무환경’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바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킵니다. 아마존처럼 잘 나가는(?)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실상이 드러나서입니다. 이 기사엔 아버지 병 간호를 하느라 야근ㆍ주말근무에 시달린 직원이 상사에게 질책 받아 퇴사한 일, 쌍둥이를 유산한 여직원이 수술 바로 다음날 출장을 떠나야 했던 사례 등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NYT 인터뷰에 나온 이 회사 전ㆍ현직 구성원들은 ‘양육은 아마존 내에서 성공하는 데에 방해 요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ㆍ‘아마존에서 워킹맘은 골칫거리다’라고 털어 놓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족을 꾸리고자 하는 직원에게 매우 냉혹한 일터’란 비판이 쏟아진 건 당연했습니다. 이에 베조스는 “아마존 사내 문화가 진짜로 혹독하다면 나부터 회사를 떠날 것”이라며 즉각 반박했습니다. 

특히 “보도 내용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면 인사 담당자에게 알려 달라”며 “내게 직접 메일을 보내도 좋다”며 논란에 적극 대응했습니다.
이후 아마존은 11월 3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남성 직원에게 6주간 유급 육아휴직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합니다. 이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아마존은 지난 한 해동안 특허침해소송을 포함한 각종 송사에 시달렸습니다. 또 아마존 유럽본사와 조세 회피처로 알려진 룩셈부르크 정부 사이에 법인세 특혜 의혹이 터지며 EU집행위원회 조사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이 회사 비 재무분야 평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베조스의 화려한 커리어에 큰 생채기가 난 셈이죠. 

제프 베조스는 ‘기업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HBR이 이번에 비 재무적 요소를 평가 기준으로 넣은 이유는 이들 항목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즉, 바꿔 말하면 아마존은 ‘기업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사실상 최하위 성적을 받았단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제프 베조스는 오래 지탱하기 어렵단 평가를 받은 자신의 회사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부자가 된 셈인데요. 2016년, 아마존의 문제가 또 다른 민낯을 드러내며 그를 궁지에 몰아넣을지, 아니면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갈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y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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