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의존하고 있는 중국 경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내년 중국의 부동산시장 침체와 기업 도산, 금융불안이 전문가들에 의해 예고된 상황이다.
G2불균형/스티븐 로지 지음,이은주 옮김/생각정원 |
저자에 따르면 70년대 말부터 세계적 생산자인 중국과 세계적 소비자인 미국은 성장이라는 각자의 목표와 필요를 상대방에서 채울 수 있게 되면서 급속하게 서로 빠져들었다.
둘의 밀월관계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당시는 오히려 달콤함이 영원하리라는 확신이 강해졌다. 그러나 불안정성은 심각해져갔다. 미국은 저축, 무역적자, 부채 등의 문제가 심각했고 중국은 과도한 자원 수요, 소득 불평등, 환경 침해와 오염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저자는 이보다 더 치명적인 불균형은 끝을 모르는 미국의 소비자 수요가 자산과 신용 거품에 기반을 두었으며, 중국의 수출주도형 성장 모형은 미국의 소비자 수요가 영원하리라는 착각에 바탕을 둔 가짜 호황이었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의존은 병리적 현상으로 굳어졌고 결국 곪아터진게 2008년 금융위기라는 얘기다.
저자는 가짜호황의 원조격으로 일본의 예를 든다. 1980년대 초에 일본의 중상주의 경제모형으로 미국과 유럽의 생산직 근로자와 제조업 부문이 어려움을 겪자 1985년 주요 산업국이 모여 일본 엔화의 가치를 높이는 플라자합의를 끌어냈다. 엔화가치 절상 때문에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평생 고용이 흔들리자 일본은 적극적인 통화부양을 통한 저금리 정책을 감행하게 된다. 통화완화 요법은 가짜호황을 만들어내고 일본은 이를 실질적 성장 지표로 오판했다. 자산가치가 붕괴되고 거품이 드러난 것은 1990년대 초. ‘잃어버린 수십년’의 댓가는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정책 함정인 ‘가짜 호황’의 유혹과 파국의 징후를 보여주며, 성장의 한계에 달한 지금, 미국과 중국 모두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해법은 양국이 균형화를 꾀하는 것. 중국은 과도한 잉여 저축, 수축과 투자 주도형 성장을 조절해야 하고, 미국은 저축을장려하고 과잉소비를 근절하고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것이다.
저자가 양국의 미래 관계를 결정하는 열쇠로 제시한 것은 ‘저축’이다. 중국은 최근 과잉 저축문제를 해결했는데 미국은 여전히 저축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게 문제다. 이런 상황은 양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저자는 판단한다.
“특히 중국의 불균형 해소 정책과 이에 따르는 저축 감소는 여전히 부족한 저축을 중국의 잉여 저축에 의존하는 미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게 저자의 진단이다. 저축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미국은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국은 미 채권이나 기타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미국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되면 거래 조건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양국의 경제 불안은 균형을 찾는 몸부림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이 세계 경기 침체와 국내 경제의 불균형 심화로 위기를 겪고 난 뒤 내수로 성장모형을 바꾼 것은 균형잡기의 시도다. 반면 미국은 저축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불간섭주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저자는 미국은 소비자 중심의 성장 모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질타한다.
로지 교수는 미국의 과잉소비와 거대한 미국 소비시장에 생산기지 역할을 한 미국과 중국의 성장배경과 G2의 통화전쟁, 무역전쟁의 가능성 등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또 중국의 내수 전략과 미국의 생산자 중심의 전략을 통해 재균형화를 꾀하기 위한 과제도 제시한다. G2의 재균형화 전략은 향후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결정적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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