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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금리인상 후폭풍] ‘신흥국→선진국’ 머니무브 본격화…환율방어戰 시작되나
[헤럴드경제=한석희ㆍ김성훈 기자] 미국이 9년만에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제로금리 기간 신흥국에 몰렸던 자금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들로선 환율방어를 위해서라도 미국을 쫓아 금리를 올릴 수 뿐이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환율방어를 위한 금리인상은 오히려 자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신흥국에 3.5조 달러 유입… 머니무브 본격화=LG경제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모두 3조5100억달러(4147조원)에 달한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3∼2007년 유입액 1조7900억 달러의 2배다. 

[사진=게티이미지]

신흥국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저금리 정책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몰려오자 외화표시채권을 대거 발행해 자금조달을 했는데, 만기가 차례로 돌아오는 상황이다. UBS에 따르면 만기가 도래하는 신흥국 외화표시채권은 올해 3450억 달러에서 내년 5550억 달러로 늘어난다. 2017∼2019년에는 연간 평균 49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신흥국 비금융기업들의 외화표시채권 만기도래 규모는 내년 900억 달러, 2017∼2018년 평균 1200억 달러라고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가 집계했다. 이들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신흥국은 원리금 상환은 물론, 만기연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도위기에 몰릴 수 있다.

신흥국의 성장률이 낮아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도 머니무브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시장간 경제 성장률은 수렴하고 있다. JP모건 전망에 따르면 올해 신흥시장 성장률은 4%에 그쳐 2009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다. 3%대의 미 성장률보다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JP모건은 또 신흥시장 물가상승률도 2004년 5.8%에 못미치는 4.5%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불확실한 가운데 금리 정상화로 장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신흥국에서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2.2%에 달하는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 신흥국 산업생산은 0.1% 감소하고 주가는 2.5% 하락할 것이라고 센터는 내다봤다. 만약 미국 금리인상이 시스템적인 자금유출로 이어질 경우 신흥국의 성장률은 2년 안에 최대 7%포인트, 투자 증가율은 2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센터는 덧붙였다.

이미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지난 3분기에 15개 신흥국에서는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338억 달러(약 40조원)가 순유출됐다고 IIF는 집계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저유가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의 여파는 산유국들에게 더 크게 다가올 것으로 전망한다. 에너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러시아나, 중국에 이어 달러 표시 부채가 두번째로 많은 브라질, 세계 최대 외부자금조달국가 중 하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주로 꼽힌다. 베네수엘라ㆍ콜롬비아 등 중남미 산유국도 위기다.

▶금리인상 도미노…환율방어 나서나=신흥국들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곳도 있다. 환율방어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예방주사를 미리 놓은 것이다.

금리 인상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이는 남아공은 지난달 20일 이미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연 6.25%로 결정했다. 남아공의 랜드화는 지난 11일 달러당 6랜드에 거래돼 역대 최저가로 떨어졌다. 랜드화의 추락은 주요 수출품인 광물 자원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국가 경제가 침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흐름을 바꿀 경우 랜드화의 추가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인상 조치를 내린 것이다.

앞서 아프리카 대륙 국가인 잠비아와 가나, 모잠비크도 지난달에 잇따라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케냐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남미의 페루 역시 이달 10일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높은 3.7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남미의 콜롬비아도 오는 18일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신흥국들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가속화되면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경계감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자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그만큼 신흥국의 주식과 통화는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신흥국들이 금리 인상 대열에 가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에 따르면 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신흥국 금리 인상 폭은 남아공이 2.5%, 국내 경기 악화와 정국의 불확실성이 강한 브라질이 2.75% 전후다. 시장에서는 멕시코도 1% 정도의 금리 인상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금리인상이 자국 경제를 오히려 둔화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인상에 나선다지만 오히려 경제에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거액의 외화 조달이 필요한 국가와 달러 부채 수준이 높은 나라는 더욱 불안정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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