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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낯선 경제의 잇단 출몰…빚을 줄여야 버틸 수 있다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낯선 경제현상들이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신봉하는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이 있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소득도 늘어난다는 이론이다. 연준이 ‘0%’까지 금리를 낮춘 이유도 투자와 소비를 늘려 물가를 올리고 소득도 증가시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 수준으로 실업률이 떨어졌는데도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고, 실질소득도 늘지 않고 있다. 일찌감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연준이 이제서야 실행에 나선 이유는 필립스곡선과 달리 경제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필립스곡선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금리를 올린 것은 꽤 이례적이다.

그런데 16일(현지시간) 연준이 제로금리를 탈출하면서 “시장 상황이 더 개선되도록 지원하고 물가상승률 2% 목표로의 복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보통 중앙은행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가를 자극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셈이 됐다. 기존에 없던 논리는 아니지만 낯설다.

미국과 다른 주요 경제권의 통화정책 방향이 엇갈린 점도 보기 드문 상황이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시장금리는 그 동안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 만 빼고는 계속 초저금리를 지속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 등의 발달로 글로벌 경제는 더욱 더 한 덩어리가 되고 있다. 과연 엇갈린 통화정책 방향이 어떻게, 또 얼마나 지속될까?

낯선 현상이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심한 곳은 원유시장이다. 배럴당 30달러대도 위험하다는 전망도 이젠 낯설지 않다. 저유가로 산유국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정통 수요공급 법칙이라면 수요가 늘지 않을 때는 공급을 줄여 가격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석유수출국 기구(OPEC)도 미국도 공급을 줄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실 초저금리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은 데는 유가하락 탓이 크다. 실물경제와 밀접한 원유시장에서 수요공급 법칙이 어그러지면서 다른 경제현상들도 왜곡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만약 국제유가가 더 내린다면 기준금리 인상 이후 물가가 자극될 것이라는 연준의 기대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경제의 이상현상들이 우리경제에 상당히 도전적이란 점이다. 달러강세는 원화약세 요인으로 보통은 수출에 긍정적이다. 그런데 수출시장에서 우리와 주로 경쟁하는 일본, 중국, 유로존 등은 미국과 달리 양적완화를 계속할 전망이다. 달러 대비 원화 약세보다, 엔, 위안, 유로의 약세가 더 강할 수 있다. 유가 역시 마찬가지다. 저유가는 우리 기업들의 제조원가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저유가로 산유국과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면 우리 주력 산업의 시장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

금융정책 딜레마도 커진다. 달러강세는 금리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그런데 가계와 기업의 빚이 엄청나다. 충분히 경제가 살아나기 전에 금리가 오르면 빚부담만 커진다. 그렇다고 경제 살리려고 돈을 더 풀기도 어렵다.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빚 규모만 더 키워 되레 독이 될 수도 있어서다.

낯선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빚이 작다면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경기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빚을 줄일 묘책이 필요한 때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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