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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청문회> 건ㆍ망ㆍ증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몰랐다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14~16일 3일간의 청문회를 뒤돌아 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증인들의 답변이다.

청문회 주제 및 증인 선정을 두고 벌어진 내홍으로 여당측 위원 5명이 사퇴ㆍ불참하는 등 각종 우여곡절 끝에 지난 14일부터 3일간 개최된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는 증인들의 모르쇠 전략으로 새로운 의혹이나 국민적 관심사 하나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채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고 말았다.


이런 결론은 어쩌면 이미 청문회 첫날부터 예견됐다.

첫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형곤 전 목포해양서 상황담당관과 유연식 전 서해해경청 상황담당관은 세월호와의 교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실상 언론보도를 통해 알지 않았느냐는 청문위원의 물음에 각각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말과 “당시 상황실을 (내가) 총괄한 게 아니다. 각자 파악해야할 임무만 파악했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보는 사람들의 답답함을 자아냈다.

‘진실은 무엇인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YWCA 강당에서 이틀째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이들 지켜보는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출석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상황은 이튿날과 청문회 마지막날까지도 나아지지 않았다.

한 특조위원이 사고 초기 해경 상황실과 경찰청 상황실 간 녹취록을 제시하며 “경찰청에서 ‘도와드릴 게 없느냐’고 묻는데도 해경에서는 ‘우리 해경이 해군하고 다 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며 사고 초기 대응이 부족했음을 지적했지만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어떤 직원이 통화했는지 모른다.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답변한 것“이란 대답만을 내놓았다. 이어 본청에서 제작해 감사원 감사 시 제출한 TRS(주파수공용무선통신) 녹취록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는 제 책임이지만 자세하겐 모르겠다”고 대답하는데 그쳤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이 나왔을 때 많은 증인들의 건망증은 씻은 듯 사라진 모습이었다. 질문에 대해 증인들이 “제대로 설명할 시간을 달라”며 거세게 맞받아지는 바람에 특조위원들과 수차례 언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문회가 증인들의 건망증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난데는 특조위원들도 한몫한 측면도 있다. 핵심을 파고들지 못한 특조위원들의 질문으로 인해 이미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등에서 확인된 사안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별다른 성과없이 끝난 청문회로 인해 속이 더 타들어가는 쪽은, 진실을 밝혀 오랜 논쟁을 끝맺길 원했던 국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파란바지의 의인’ 김동수 씨의 자해 시도, 증인들의 부실한 대답에 장탄식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이 이 같은 답답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제1차 청문회는 이렇게 끝났지만, 제2차 청문회에서는 보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세월호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길 바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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