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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원더우먼 ①]세계 금융의 역사를 바꿨다…재닛 옐런 美 연방준비위원장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제로금리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FRB는 이날 만장일치로 단기 금리의 지표인 연방기금(FF) 금리의 유도 목표를 연 0~0.25%에서 0.25~0.5%로 끌어올렸다. 오는 2016년도 하반기까지 금리를 1.50% 선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날 전 세계의 시선은 기자회견을 진행한 재닛 옐런 미 연준의사회(FRB) 의장의 입을 향했다.

올해 세계 각국 재계인사들과 금융권력으로부터 가장 많은 간청과 협박을 받은 이는 다름아닌 재닛 옐런 FRB의장일 것이다. 올해 재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 역시 옐런 의장일 것이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공급과 금리를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그녀의 말 한마디로 세계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16일. 예견됐던 금리 인상이 현실이 됐다. 옐런 의장은 지난 1년 간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덕분에 금융권에서는 미국의 통화긴축이 ‘예고된 악재’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미국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한 FOMC 결과를 발표하는 재닛 옐런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영상자료 캡쳐]

▶치밀한 계획 아래 추진된 금리 인상=100년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인 옐런은 철두철미한 외유내강형 리더십로 정평이 나 있다. 시카고 경제학과 교수이자 연준 이사회 위원이었던 란달 코르즈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출국 시간을 훨씬 앞두고 미리 도착해있을 정도로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갈등이 있을 때도 그는 “의견을 정리해보자”며 의견을 수렴한 뒤 철저한 분석 끝에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옐런은 지난 5월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금융과 사호’ 포럼에 참석해 일문일답하면서 “주식 가치가 현재 일반적으로 꽤 높게 평가돼있다”면서 “(거품)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장기 금리가 매우 낮아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채권 수익률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6년 이상 이어진 양적완화(QE)로 ‘잉여자본’을 가진 투자자들에 의해 주식과 채권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에 블룸버그 통신은 “옐런이 실업률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 금리 인상을 없을 것이라는 지난 4월 FOMC 발언과는 달리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때부터 옐런은 미국 금리 인상의 골든타임 탐색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5.0%를 기록해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에 도달했다. 연준 금리정책인 잣대인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에 따라 옐런은 지난 9월부터 ‘점진적이고 완만한’ 금리인상을 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옐런은 지난 4일 미 상하원 합동 청문회에 참석해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핵심 물가상승률은 1.3%에 달한다”며 “국제유가 등 물가를 억누르고 있는 요인들이 2년 내 해소되면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상을 미루면 나중에 한꺼번에 급격한 통화정책을 써야하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옐런은 16일 기자회견에서도 낮은 물가상승률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현 경제모델이 그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핵심 물가상승률은 Fed의 예상대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Fed가 예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를 바라보는 소통형 리더=옐런은 지난 2013년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되기 전까지 탁월한 ‘2인자 처세’를 발휘했다. 당시 연준부의장으로 있던 옐런은 연준의장 벤 버냉키가 물러나는 순간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FRB의 결속력을 유지하는 것이 차기 연준의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FRB 의장의 권력이 단순 달러를 찍어내는 데에서 오지 않고 미 의회와 월스트리트의 금융 및 상공인들의 지지에서 온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덕분에 버냉키는 레임덕에 시달리지 않고 옐런에 차기 FRB의장직을 넘길 수 있었다.

대표적인 매파 경제학자이자 이스라엘은행(BOI) 총재를 역임했던 스탠리 피셔가 FRB 부의장에 임명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옐런에게 부족한 민간금융 경력과 국제감각을 피셔가 보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돈풀기(양적완화)’을 언제 끝내고 금리 인상을 언제 시작할지를 결정해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옐런은 다양한 시각과 분석에 촉각을 세웠다. 옐런은 16일 기자회견에서도 “이미 경제학자들과 실무자들과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고 소통을 충분히 나눴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FRB는 지난 1946년, 1955년, 1958년, 1963년, 1977년도에 완만하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시도한 바가 있다. 당시 S&P500지수는 12개월 간 평균 11% 상승했다. 옐런이 밝힌대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하면 뉴욕 증시에 호재로 작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옐런의 분석이 틀릴 경우 미국 경기가 회복조에서 침체로 돌아설 수 있다. 옐런의 관측이 틀린다면 사교파티를 즐기다 금융위기를 맞은 앨런 그리스펀만큼 경기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얻을 것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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