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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금리인상 후폭풍]미국 금리 인상, 그 실패의 역사…‘금융위기 트라우마’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이 7년 동안 유지돼 왔던 제로 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시장은 이번 금리인상의 여파를 놓고 계산을 하느라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은 미국 경기와 금융의 정상화 과정에서 나온 당연한 현상이라는 반응인 반면에, 다른 쪽에서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거 미국 금리 인상의 결과가 반드시 좋게 나타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1994년→중남미, 아시아 금융위기

1994년 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갑작스럽게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미국 기준금리는 1990년 1월 8.25%에서 1992년 9월 3.0%로 떨어진 이후 계속해서 동결된 상태로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후 1995년 2월까지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6%까지 올렸다.

사진=게티이미지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는 컸다.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는 1994년 1월 말 5.7%에서 그해 연말 7.8%로 급등하면서 자금을 빨아들였다. 반면 이전까지 신흥국에 투자됐던 돈이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중남미 국가들이었다. 중남미 국가들은 저금리 기간 동안 미국 자금이 들어와 주가가 폭등한 상태였다. 멕시코는 30배, 아르헨티나는 20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금리 인상 이후 두 나라의 주가는 1년만에 반토막났고, 멕시코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밖에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 파장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이어졌고, 한국도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1980년대 중남미 외환위기 사태와도 상당히 흡사하다. 미국은 1970년대 말에 경제 성장률은 낮은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고,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2년 동안 금리를 10%에서 20%로 올렸다.

미국은 결국 물가를 잡는 데 성공했지만, 중남미 국가들은 외환 위기를 겪어야 했다. 경제 활성화를 꿈꿨던 중남미 국가들은 1970년대 저금리 상황을이용해 미국으로부터 단기 채무를 잔뜩 빌렸는데,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다소 후퇴하자 채무 상환이 힘들어졌다. 결국 1982년 멕시코가 먼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다른 남미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외환위기에 몰려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2004년→글로벌 금융위기

2000년 IT 버블 붕괴를 겪은 미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한 동안 1%대 초저금리를 유지했지만, 2004년 다시 긴축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1994년 급격한 금리 인상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해 1월부터 시장에 미리 신호를 보냈다. 실제 인상도 그해 6월부터 시작했고, 인상 속도 역시 낮춰 2년 동안 17차례에 걸쳐 한 번에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시장이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신중한 금리 인상은 효과를 발하는 듯 했다. 각국의 주가는 인상 전에 다소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막상 금리가 인상되면 상승세로 돌아서는 경향을 보였다. 세계 경기가 양호해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예상 못했던 부동산 시장에서 문제가 터졌다. 저금리 기간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는데, 2006년부터 주택가격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더니 2008년에는 빚을 내 집을 샀던 이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이 시기가 미국의 긴축 통화정책과 맞물리면서 미국 주택시장에서는 매입 수요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사태가 초래됐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졌다.

미국은 2008년 12월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린 이후, 현재까지 한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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