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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금리인상 후폭풍]선진국으로의 머니무브 본격화…신흥국 ‘환율방어’ 나서나?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미국이 9년만에 금리인상 방아쇠를 당김에 따라 향후 일부 신흥국들도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머니무브’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흥국들로선 환율방어를 위해서라도 미국을 쫓아 금리를 올릴 수 뿐이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환율방어를 위한 금리인상은 오히려 자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4년 美 금리인상 당시와는 다르다…머니무브 본격화=전문가들은 2004년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던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당시엔 신흥시장 성장률이 높아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에서 선진국으로의 머니무브는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다. 신흥시장에서 선진국으로의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당시 미국의 성장률은 정체됐지만 신흥시장 성장률은 7.3%에 달했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은 신흥시장 투자로 더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시장간 경제 성장률이 수렴하고 있어 지금은 신흥시장이 딱히 매력적이지도 않다.

JP모건 전망에 따르면 올해 신흥시장 성장률은 4%에 그쳐 2009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다. 3%대의 미 성장률보다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JP모건은 또 신흥시장 물가상승률도 2004년 5.8%에 못미치는 4.5%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인상 도미노…환율방어 나서나=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흥국 중심으로 금리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곳도 있다. 환율방어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예방주사를 미리 놓은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와 관련 지난달 20일 이미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연 6.25%로 결정했다. 남아공의 랜드화는 지난 11일 달러당 6랜드에 거래돼 역대 최저가로 떨어졌다. 랜드화의 추락은 주요 수출품인 광물 자원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국가 경제가 침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흐름을 바꿀 경우 랜드화의 추가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인상 조치를 내린 것이다.

앞서 아프리카 대륙 국가인 잠비아와 가나, 모잠비크도 지난달에 잇따라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케냐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남미의 페루 역시 이달 10일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높은 3.7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남미의 콜롬비아도 오는 18일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신흥국들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가속화되면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경계감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자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그만큼 신흥국의 주식과 통화는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신흥국들이 금리 인상 대열에 가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에 따르면 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신흥국 금리 인상 폭은 남아공이 2.5%, 국내 경기 악화와 정국의 불확실성이 강한 브라질이 2.75% 전후다. 시장에서는 멕시코도 1% 정도의 금리 인상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금리인상이 자국 경제를 오히려 둔화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인상에 나선다지만 오히려 경제에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거액의 외화 조달이 필요한 국가와 달러 부채 수준이 높은 나라는 더욱 불안정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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