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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톱밴드3 우승 아시안체어샷, “‘한국록’ 전성기 계승하고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결승 무대 모니터링을 하는데, 나는 내가 안 보이고 당신들만 보이더라고. 아, 이 사람들 정말 모든 걸 다 내뿜는구나.”(황영원/보컬ㆍ베이스)

‘톱밴드3’(KBS2)의 최종 우승팀인 록밴드 아시안체어샷(박계완, 손희남, 황영원)은 마지막 자작곡 미션에서 ‘반지하제왕’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반지하제왕’은 세 멤버가 처음 합주하면서 만든 곡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8분30초짜리 곡을 미션에 맞춰 5분대로 편곡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우리다운 게 뭔지 보여주려고” 밤을 꼬박 지새며 모든 걸 쏟아부었다. 이를 악물고 연주한 나머지 드러머 박계완은 다음날 턱에 알까지 배겼다고 했다. 후회 없는 무대였다.

사진= KBS ‘탑밴드3’ 최종 우승팀 아시안체어샷을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심사위원 신대철과 윤일상은 아시안체어샷의 무대에 100점을 줬다. ‘톱밴드’ 역사상 최초였다. 박계완은 “심사위원도 과감하게 100점을 누르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그 용기를 자극했다는 점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우승 이후 “매일 축배를 드느라 바쁘다”는 아시안체어샷을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1년 데뷔한 이들은 퀄리티 높은 사운드와 독특한 음색으로 인디씬에서 일약 주목을 받았다. 2012년에는 CJ문화재단의 튠업 9기 뮤지션으로 선정됐고, 올해에는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노래상도 수상했다.

경연에서는 정상에 올랐지만, 대중에겐 여전히 생소한 이름이다. ‘조선록’, ‘뽕끼록’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와도 두루뭉술한 ‘느낌’만 전달할 뿐이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조선록’만큼 이들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아시안체어샷은 50대 이상의 관객들이 즐겨찾는 ‘가요무대’(KBS1)에서도 충분히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음악을 한다.

이같은 평가를 아시안체어샷은 ‘적극 환영’한다. 황영원은 “70~80년도 한국 밴드가 전성기를 이룰 때의 음악들은 지금 들어도 좋다”며 “밴드라는 게 서양 문화이지만 한국적 감성을 담아내는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 밴드들의 음악은 거의 ‘서양음악화’ 되어버려 아쉽다”며 “우리가 명맥이 끊긴 ‘한국록’을 계승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평단이 알아봐 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사운드 완성도를 위해 최첨단 녹음기술까지 손을 뻗다 보니 ‘한국적인 색’이 바래진다는 고민도 생겼다. 이들은 지난 3월 록밴드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kins)의 제프 슈뢰더(Jeff Schroeder)의 프로듀싱으로 미국 시카고의 한 스튜디오에서 EP앨범 ‘소나기’를 녹음했다. 기타리스트 손희남은 “옛날 방식인 ‘원테이크(One takeㆍ끊지 않고 한 번에 녹음)’도, 최첨단 방식도 시도해 봤으니 우리한테 맞는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KBS ‘탑밴드3’ 최종 우승팀 아시안체어샷을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톱밴드3’ 출연은 한동안 회의감이 덮쳐 정체돼 있던 이들의 음악 활동에 전환점이 됐다.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또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자는 ‘한 수’를 두자는 마음으로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이들의 시야도 넓어졌다고 했다.

황영원은 “그동안 우리가 홍대 안에서 소수의 관계자들만 알던 밴드였다면 지금은 방송 쪽 관계자들도 많이 알게 됐으니 대중에게 다가갈 기회가 더 생길 것 같다”며 “그만큼의 다른 사람들이 있더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바짝 달려 온 이들의 행보는 내년 2월까지도 이어질 예정이다. 연초까지 계획된 공연도 수두룩하다. 박계완은 “‘톱밴드’ 우승 상금 1억 원을 2000만 원씩 나눠 각자의 재충전 시간을 가진 뒤 2월에는 나머지 상금으로 정규 앨범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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