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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저소득층 유도 재능기부’ 석길영 안양교도소 교위 “지역사회와 상생(相生)…교정시설에 대한 편견 깨고파”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석길영(50ㆍ사진) 안양교도소 교위는 유도를 전공한 교도관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공인 유도 6단인 그는 매년 10월 개최되는 교도관 무도대회에서 전국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2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8년 일본에서 열린 한ㆍ일 교도관 교류전에서는 대표팀 감독을 맡아 사상 처음 원정 전승 우승이라는 신화를 이끌었다. 


이 같은 지도능력을 인정받아 5년 6개월여 동안 법무연수원의 유도 사범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엑셀 등 컴퓨터 프로그램에도 능해 동료와 후배들로부터 ‘문ㆍ무를 겸비한 교도관’으로 평가받는다.

석 교위가 최근 열정을 쏟는 분야는 지역 내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도 재능기부’다. 지난 2010년 법무연수원 시절 경기도 용인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일환으로 유도 교실을 연 것이 첫 출발점이 됐다.

2013년 1월 안양교도소로 복귀한 석 교위는 지역주민센터ㆍ사회복지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일과 시간이 끝나는 저녁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안양교도소 연무관에서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유도를 가르쳤다.

석 교위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연무관에 아이들이 몰리면서 한때 40명까지 데리고 수업을 했었는데 혼자서 벅찰 정도였다”며 “저소득층 가정이 이사가 잦고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현재 15명 정도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눈에 띄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연수원 시절 가르쳤던 한 학생은 작년 전국 소년체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올해 경기체고에 입학하는 등 올림픽 꿈나무로 성장 중이다.

석 교위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체 생활에 익숙하지 않고 집에서 자기 멋대로 하니까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고 나쁜 길에 빠져드는 일이 잦은데 유도라는 운동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교도관으로 겪고 있는 애환도 털어놓았다. 24년 동안 교정공무원으로 복무한 그는 “죄 자체로 보면 나쁘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 많지만 수용자들의 상담을 하나하나 듣다보면 어쩔 수 없는 사연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희망 없이 살아가는 죄수들이 마음을 열고, 결국 교화가 되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식적인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100명 중에 한명 꼴로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대부분의 수용자와 달리 교화가 안 돼서 이들을 만나면 그만두고 싶은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교도소 밖 사람들의 편견은 석 교위가 가장 넘어서고 싶은 부분이다.

그는 “교도소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밖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무섭게 안 생기셨네요’ 이런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며 “제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백번 살려서 전국 교정기관ㆍ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유도 교실을 확대해서 담장 밖 분들의 막연한 편견을 깨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석 교위는 연말에 교도관 후배들을 이끌고 KBS2 ‘우리 동네 예체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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