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뷰] 김현성, 책 좋아하던 가수의 ‘인생 2막’…“글쓰기로 생계 꾸렸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녹음을 할 땐 꼭 질문 한두 개씩 끊어서 나눠 하세요. 중간에 날아가 버리면 안 되니까…”

가수 김현성(37)이 인터뷰 중간 녹음기를 조정하던 기자에게 넌지시 ‘팁(tip)’ 하나를 던졌다. 매번 인터뷰 대상이 되는 ‘가수’로서가 아니라, 수년간 ‘돈 되는 글쓰기’를 다 거치며 ‘직업 작가’로 생활해 온 경험이 묻어나는 조언이었다. 무대 위에서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히트곡 ‘헤븐(Heaven)’, ‘소원’을 부르던 그는 어느새 세상을 차분히 관찰해 담담하게 글로 풀어내는 작가가 돼 있었다. 

[사진제공=매그넘오푸스 엔터테인먼트]

지난 10월 첫 에세이집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세종서적)을 펴낸 김현성을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10여 년 간 가수 활동을 잠시 접고 글쓰기로만 살아왔다던 그의 행적이 궁금했다.

연예인이 명성을 이용해서 책을 내는 일은 많지만, 김현성처럼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공부해 정제된 글을 대중에게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가수로서의 활동을 ‘한 템포’ 쉬어가던 때, 독서에 매진하던 김현성은 어린 시절 막연하게 생각했던 작가라는 꿈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이후 그는 ‘베아르피’라는 공부모임에서 철학과 예술을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2009년에는 한국종합예술학교 서사창작 석사 과정에 들어가 전문적인 문장 수련을 받았다.

2011년 졸업 이후 그는 “글쓰기로 생계를 꾸렸다”. ‘돈이 되는 글쓰기’는 두루 다 했다. 좋아하는 글쓰기가 어떤 분야일지 찾으려 시나리오 학원도 다니고 인디라이팅에도 발을 들였다. 

[사진제공=매그넘오푸스 엔터테인먼트]

김현성은 “드라마나 영화를 소설로 각색한다거나, 영화 시나리오, 뮤지컬 대본의 초고를 쓰거나 자서전 초안을 만든다거나, 행사 대본을 만드는 일까지 글쓰기와 관련된 별별 일들을 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작가’라고 하면 자기 이름의 책이 번듯하게 나와서 이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현성은 글쓰기로 생계에 뛰어든 이후, 세상을 더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산문집을 펴내기 전 다녀온 두 달 간의 유럽 여행도 복잡해진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풀어나가는 힌트를 얻는 기회였다.

그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는 나도 모르게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나 명예가 있었다면, 혼자 글쓰는 작업에서는 자존감이 떨어지는 순간도 있었다”라며 “정신 없이 달려온 20대, 좋아하는 글쓰기를 다시 찾은 30대, 앞으로 이것들에 평생을 바칠 인생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전했다.

책 한권을 펴내기까지 좌절의 시간도 있었다.

‘내 이름의 책 한 권’을 갖고 싶어 시작했던 글쓰기가 어느 순간 욕심이 커져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를 읽고 느꼈던 희열에, 제대로 된 소설을 써서 내놓고 싶은 마음이 컸다. 두 번이나 쓰던 소설을 엎었다. 그러다 여행을 다녀온 후 할 수 있는 글부터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산문집이 그 시작이었다.

김현성은 앞으로도 계속 책을 쓸 계획이다. 그는 “책도 노래도 대중 앞에 내보이는 내 결과물”이라며 “아티스트는 자신의 목소리나 영감을 세상에 남길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충실히 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김현성은 가수로도 대중 앞에 돌아올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최근 소속사를 찾아 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얼마 전 IT 관련 기업 행사에서 30대 초중반 남자 직원 100여 명 앞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떼창’이 나오고 반응이 좋아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웃었다. MBC ‘복면가왕’ 출연설이 지펴지는 것에 대해서는 “예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으면 출연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jin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