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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의 여왕’ 보잉 747, 아 옛날이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1970년 탄생해 일반 대중의 해외 여행 시대를 열어준 보잉 747기가 옛시절의 영광을 잃고 위기에 빠졌다. 연비가 좋은 새 기종에 밀리고, 국제 항공 화물량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잉 747 수주잔고는 2000년대 후반 정점을 찍은 이래 2010년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잉은 올해 747 기종을 작년과 마찬가지로 두 대만 팔았다. 그나마 가장 최근의 고객은 보잉사 자신이었다. 보잉은 지난 11월 2대를 스스로 매입해 러시아의 에어브리지카고에어라인과 볼가 드네프르 그룹에 빌려줬다.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비행기 중 하나로 기록되며 ‘하늘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것과는 반대되는 분위기다.



보잉 747의 위기는 더 적은 연료가 들고,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트윈엔진 비행기가 출현하면서 시작됐다. 보잉이 개발한 777기종이나 에어버스 A350 같은 기종이 이에 꼽힌다. 또 국제 항공 수화물량이 8년 연속 떨어진 상황 역시 역시 화물운송기 수요를 감소시켰다. 보잉747을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로 사용해 홍보 효과를 줬던 미국 역시, 노후화된 비행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예산 문제가 걸리면서 교체 전망이 어둡게 됐다.

랜디 틴세쓰 보잉 마케팅 부사장은 “솔직히 말하면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앞으로도 좋지 않은 시장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이제는 한 달에 747 기종을 한 대만 생산할 정도로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지만, 라인을 폐쇄하는 것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18억9000만달러의 회계상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항공산업 전문 분석업체인 어센드의 조지 디미트로프 가치평가총괄은 “보잉이 향후 5년 동안에 747 생산라인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주문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만약에 747 라인을 폐쇄한다면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시장에는 낙관적인 요소 역시 존재한다. 당장 에어브리지카고가 향후 몇 년 동안 총 18대를 구매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이는 11월말 현재 보잉의 수주잔고량의 두배에 이르는 양이다. 물론 러시아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루블화 가치가 60%나 떨어진 상황이라 이러한 약속이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어브리지카고 측은 “증가하는 화물 양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사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이밖에 747-8기종 3대를 내년에 대여하고, 2022년까지 해당 기종을 2~3대 더 대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UPS(United Parcel Service) 같은 세계적인 운송업체가 오래된 기종을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보잉은 향후 5~10년 사이 250대 이상의 노후 비행기가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틴세쓰 부사장은 “보잉 747의 장기적인 미래는 항공 화물 시장에 달려 있다”며 “항공 화물 산업이 현재의 두배 정도인 4~5% 성장률을 회복한다면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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