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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1년을 기다린 1시간여의 경연…롯데마트 ‘신선명장’ 선발대회 성황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시작합니다”

사회자의 우렁찬 선언과 함께 이곳 저곳에서 칼질(?)이 난무한다. 손이 빠른 이들은 벌써 프라이팬에 기름을 달구기 시작한다. 경연장 뒤편에서는 마치 탑 쌓기라도 하듯, 각양각색의 과일과 채소들이 일사분란하게 열을 맞췄다.

지난 13일 영등포 롯데쇼핑 인재교육원에서 진행된 롯데마트 신선명장 선발대회는 현장 직원들의 각오와 각 점포의 자존심이 똘똘 뭉친 뜨거운 경합의 장이었다. 



올해로 2회째인 이 대회는 수산과 축산, 농산, 간편가정식(HMR) 등 네 분야에서 신메뉴나 새로운 형식의 판매를 제안하는 아이디어가 가장 뛰어난 직원을 뽑는 행사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이들은 총 55명. 전국 곳곳의 점포를 대표해 본선에 오른 이들은 1시간 상당의 경연을 위해 새벽 4시에 상경하는 불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아이디어를 얻는 원천은 가족과 고객이었다. 간편가정식 분야의 조성현씨는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코다리강정을 만들었다. 조 씨는 “코다리강정은 생선 냄새가 나지 않고, 달콤한 소스와 매콤한 소스 두 가지로 버무려 입맛대로 골라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직원의 강점은 매장에서 고객을 직접 마주한다는데 있었다. 서청주점 김광호씨는 매장을 자주 찾는 암환자 고객을 고려해 연어를 찜 요리용으로 개발해왔다. 해당 고객이 연어는 주로 회나 샐러드용으로 나오다 보니, 날것을 피해야 하는 암환자는 먹기 어렵다고한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축산 분야에서는 최근 홍대에서 인기라는 ‘우가스’ 메뉴를 제안한 참가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소고기를 돈가스처럼 튀긴 우가스는 구이, 찜, 국거리 등으로 고정된 소고기 메뉴를 다양하게 변형해보자는 의도에서 나왔다.

경연은 1시간을 조금 넘어서 끝났지만 사내외 인사들의 꼼꼼한 심사가 이어지다 보니, 결과가 나오기 까지 3시간 남짓이 소요됐다. 심사위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경연장을 도는 동안 참가자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메뉴가 돋보이도록 열띤 설명을 수차례 반복했다. 행여 심사위원들이 연이은 시식 때문에 텁텁한 맛을 느낄까 봐, 직접 만든 탄산음료까지 제공하며 시식에도 정성을 다했다.



결과 발표를 앞두고 55명 참가자 전원이 모인 행사장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적막을 깬 것은 “자신있습니까”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큰 소리로 대답한 구리점 유병태씨였다. 각 분야별로 3위부터 발표를 하자 행사장은 환호와 응원의 소리로 뒤덮였다. 간편가정식 1위는 여수점의 조성현씨가, 축산부문 1위는 김포공항점의 이황희씨가 차지했다. 농산부문 1위는 청주점의 이병권씨에게 돌아갔다.

마지막 수산점 1위 발표를 앞두고 사회자가 장난스럽게 구리점 유병태씨에게 재차 “자신있습니까”라며 물었다. 머쓱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자신있습니다”라며 대답한 유씨에게 사회자가 “그럼 나오십시오”라고 외치자 지켜보고 있던 이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유씨는 각 분야별 1위 중에서도 1명만 차지하는 명장의 자리까지 얻었다. 장난스럽던 모습과 달리 유씨는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 본선에 진출했으나 입상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씻겨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유씨는 “연어라는 주제를 받고 고심하다, 연어 냄새를 싫어하는 가족들을 위해 김치찌개와 연어가스를 생각하게 됐다”라며 “연습을 통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연어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가족들의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농산분야 1위를 차지한 이병권씨는 누구나 쉽게 원형의 과일을 돌려 깎고, 6등분 할 수 있는 도구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사과를 쉽게 깎는 칼을 보여주면 사과뿐 아니라 칼까지 판매하게 되는 것”이라며 “배추를 팔 때 냉장고도 소개하고, 냉동과일을 팔 때 팥빙수까지 파는 것이 진정한 가치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현장 직원들은 단순히 마트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아닌, 전문 직업인”이라며 “이들의 역량을 더 끌어올리고, 이를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환원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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