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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기후협정]“게임의 룰 바꿀 수 있는 전환점”…하지만, 각국 넘어야할 산 많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인류사의 중대한 도약”,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 “가장 아름답고 평화적인 혁명” 전 세계 200여개 국가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손을 맞잡은 ‘파리 기후 협정’이 12일(현지시간) 체결된 가운데,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쏟아낸 온갖 헌사다.

하지만 이같은 헌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COP21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당장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공화당이 이번 협정에 ‘결사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산업구조를 바꿔야 하는 산업계에서도 이번 협정에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 벌써부터 이번 협정에 실효성과 구속력이 없다며 장밋빛 전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진=게티이미지]


▶“미래 행동을 위한 토대일 뿐”…‘행동’(action)이 남았다=국제사회는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 18년만에 출범한 새로운 기후체제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교토 의정서와 달리,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5개 당사국이 참여하는 전 세계적 기후 합의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의미에선 이번 합의가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히는 구속력의 문제가 남아 있다. 각국이 감축목표를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는 했지만, 그 목표는 자발적으로 수립되고, 이행 여부도 자발적으로 노력할 사항으로 규정돼 법적 구속력이 없다.

영국의 사회단체 ’글로벌저스티스나우‘의 닉 디어든 대표가 BBC방송 인터뷰에서 “세상에서 가장 취약한 공동체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미래 세대가 안전하고 살 만한 기후를 보장할 구속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BBC는 이와 관련,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할 재원, 꾸준히 감축 목표치를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점검 시스템이 있어야 협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NBC 뉴스도 기후 변화로 ‘손실과 피해’를 입은 나라들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협정에는 그런 나라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 국가의 기후 대응을 돕는체계를 만든다는 내용만 막연하게 포함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개발국들이 요구하는 보상과 배상 방안은 아예 빠지면서 미리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들이 구체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NBC는 “외교적 수사를 치우고 보면 저개발국의 요구는 기후변화로 파괴된 재산을 보상해달라는 것”이라며 “어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그런 재산상의 손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협정 대부분은 단순히 미래 행동을 위한 토대일 뿐이라며,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면보다 훨씬 더 많은 불확실한 면이 앞으로 대기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작도 전에 반대 직면…美 공화당, 극렬 반대=이번 협정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협정의 가장 큰 축으로 꼽히는 미국 내에서 벌써부터 공화당이 극렬 반대하고 나서는 등 정치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미국 공화당 지도부는 합의문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고 이번 협정의 의미를 축소했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은 사용할 수 없는 수표에 서명했다”며 “협정은 13개월이 지나면 무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지구의친구들’ 대표인 크레이그 베넷 역시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협정이 2주 전 세계 지도자들의 수사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를 현실화할 적절한 글로벌 계획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기존 석탄 의존적인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꾸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스어트 걸리버 HSBC은행그룹 CEO는 “더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를 향한 여정의 역사적 이정표”라고 환영하는 등 산업계가 표면적으로 동참의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자본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특히 석탄,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반대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석탄,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합의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우선은 협정으로 인해 기존에 수립된 당장의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한 석탄 회사의 고위 경영자는 “당장 바뀌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벤자민 스포튼 세계석탄협회장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석탄을 연료로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 동안 기존의 탄소 의존적인 경제가 계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에 파리 협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된 내용을 실행으로 구체화시키기 위해 각 나라가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등 구체화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역사적인 합의를 환영한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 등을 촉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각국 정부는 정책을 이행해 효과적인 진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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