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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잡의 반란]투표소로 몰려간 히잡…“변화의 촉발점”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아무도 예상치 못한 ‘히잡의 반란’은 뜨거운 여성들의 투표 참여에서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수십년 간 내재했던 사우디 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한 에너지가 이번 지방의회 선거에서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사우디 지방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이번 선거에 등록한 유권자 148만6477명 중 70만2542명이 투표에 참여, 47.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


선관위는 투표율을 발표하면서 남녀를 구분하지는 않으나, 주데아 알카흐타니 선관위원장은 14일 트위터 계정에 ‘여성의 투표율이 81.6%’라는 글을 올렸다. 선관위의 전체 투표율 집계로 역산하면 남성 유권자의 투표율은 약 44%다.

하마드 사드 알오마르 선관위 대변인은 AP통신에 “여성의 투표율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 유권자로 등록한 여성은 13만637명으로 남성(135만5840명)의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기회를 얻게 된 여성의 선거 참여가 뜨거웠던 셈이다.

여성 유권자의 선거 참여 열기는 고학력 여성이 많은 대도시뿐 아니라 낙후한 지방도 다르지 않았다.

사우디 국영 SPA의 보도에 따르면 남서부 산간지역인 바하주(州)의 여성 투표율은 82%로 남성의 배였고, 북서부 사막지대 타북주는 여성 80%, 남성 44%로 차이가 컸다. 지역 선관위 별로는 북부 국경주의 투표율이 74.3%로 가장 높았다. 유권자가 가장 많은 수도 리야드는 44.5%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이같은 여성들의 뜨거운 투표 열기는 이슬람의 성지는 물론 사우디 각 지역에서 20여명 안팎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의원수 2106명의 1% 안팎에 불과하지만, 사우디 사회 변화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여성운동가 노라 알솔와얀 마즈마대 교수는 “많이 당선되면 좋겠지만 여성 당선자의 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번 선거가 사우디 사회 여러 곳에 변화를 일으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작가 마하 아킬(Maha Akeel)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각기 다른 여러개 지역에서 여성 선출직이 탄생한 것은 굉장한 일이다. 이것은 사우디 사회가 공적영역에서 여성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또 여성에 대한 첫 참정권 부여라는 성과에 동시에 과제도 던졌다.

여성 유권자가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거주ㆍ결혼 확인증 같은 서류는 남성 보호자(아버지나 남편 등 남자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남성 보호자가 여성의 선거 참여에 부정적이라면 그 여성은 선거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피선거권을 행사한 여성 후보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여성이 선거라는 경쟁에 처음 뛰어들었기도 했지만 가족을 제외한 여성의 대외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사우디의 사회 관습 탓에 여성 후보들은 선거운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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