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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에는 보험설계사, 밤에는 보험사기 설계사? <손해보험협회>

보험금을 위해 자식의 인생을 망친 어머니

보험사기범 금모씨(47, 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험사기로 3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법원이 금씨에게 이와 같이 선고한 것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녀들을 다치게 해 결국 장애인으로 만드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금씨가 자녀 이름으로 상해보험에 여러 차례 가입한 뒤 아이들을 태운 차를 전봇대에 들이받는 등의 수법으로 2005년부터 7년 동안 13차례에 걸쳐 5억7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것이 확인되어 더욱 충격을 주었다.

금모씨의 열네 살짜리 딸은 결국 다리가 마비됐다. 고의로 저지른 교통사고로 보험금을 받아낸 당일 퇴원하는 길에 아파트 3층에서 또 다시 고의로 추락사고를 일으켜 딸의 허리를 다치게 했기 때문이다.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무시한 채 보험금을 더 많이 타기 위한 속셈으로 금씨는 자신의 딸을 방치해 두었고, 이는 결국 하지마비로 이어졌다.

이 보험사기에 가담한 것은 금씨만이 아니다. 여동생(38), 금씨 자매의 남편 2명, 금씨의 어머니까지 일가족 5명이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모두 실형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금씨의 어머니 오모씨(70)가 보험사 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악용, 보험사기극을 지휘, 감독한 사실이었다.

보험 전문가? 보험범죄 전문가?

이처럼 보험사기를 상습적으로 저지르며 생계를 유지하는 일가족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보험범죄전담대책반은 작년 5월, 김모씨(40, 여) 등 일가족 6명을 포함한 보험사기단 15명을 적발했다. 김씨는 2008년부터 여동생, 오빠, 남자친구 등 자신의 지인을 총동원한 사기극으로 보험사와 근로복지공단에서 30억원 가량을 받아냈다. 김모씨 등은 야산에 올라가 미리 준비한 미용용 칼로 보험 가입자의 이마와 뺨을 10cm가량 찢고, 망치로 코를 골절시킨 뒤 등산 중 넘어진 것처럼 신고하는 등의 수법을 썼다. 보험금을 위해 온 가족이 양심을 파는 세태를 보여준 단면이다.

요즘 보험사기의 특징은 보험전문가가 낀 범죄가 많다는 것이다. 의사가 대표적이다. 앞에서 살펴본 김씨 사건에도 정형외과 의사가 가담했다. 등산 중 넘어지면서 다쳐 척추기기 고정술을 받은 것처럼 꾸며 비싼 척추장애 보험금을 받아낸 것이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 5년 동안 보험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보험사기 범죄자 중 6.1%는 의사(3.2%)와 병원 직원(2.9%)이었다.

보험에 관한 것으로는 최고 전문가인 보험설계사가 가담한 범죄는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계약 내용 등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설계사들은 더 지능적인 방식으로 보험금을 가로챈다. 부산지방경찰청이 지난 6월 검거한 보험설계사 출신 노모씨(59)와 친구 김모씨(58)도 그런 사례다. 두 사람은 티눈 제거 수술이나 차량 접촉 사고에도 한 달 이상 입원하는 등의 수법으로 2007년부터 18개 보험사에서 125차례에 걸쳐 총 8억여원을 챙겼다. 승용차 뒷 범퍼가 살짝 부딪힌 사고에 67일간 입원한 뒤, 병원을 옮겨 다시 49일간 드러누워 8개 보험사에서 41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손해보험협회 부회장 장상용은 “단순 자동차 사고를 이용한 ‘나이롱 환자’ 수준을 넘어 장기보험 화재보험 등을 매개로 한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보험 범죄가 늘어나 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이라며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낯 뜨겁고 쓸쓸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치밀하게 저질러지고 있는 보험사기. 국민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선뿐만 아니라 보험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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