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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지고 싶어서, 갖고 싶어서”… LP의 귀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될 것이라 여겨졌던 LP음반이 젊은 세대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손에 잡히는 형태로 소유하는 즐거움을 발견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올해 영국의 LP 음반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50% 오른 200만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 20년 내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 LP 음반은 영국 전체 음악 시장에서 20%를 차지할 뿐이지만, 지난 8년 간 판매량은 10배나 올랐다.

지난해 미국에서도 920만 장의 LP 음반이 팔렸다.

[사진=123rf]

전문가들은 LP 음반이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는 가장 주된 이유로 ‘음악을 소유하는 느낌’을 준다는 점을 꼽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 MP3파일이나 온라인을 통해 전송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와는 달리, 물질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LP 음반은 많은 음악팬들의 소유욕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판매량이 꾸준히 줄고 있는 CD 역시 판매량 감소 속도가 2012년 20%에서 올해 상반기 6%로 줄어들고 있다.

이밖에 음질이 더 좋다는 점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간다는 점 역시 LP 음반의 생명력을 연장시켜주는 힘이다.

물론 애플뮤직이나 구글플레이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힘은 여전히 세다. 영국 팝 차트 제공 사이트인 오피셜 차트 컴퍼니(Official Charts Company)에 따르면, 영국의 음악 소비자들은 올해 250억 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기록 137억 회의 두 배에 이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LP음반 시장이 이익을 보는 것도 있다고 분석한다. 간편하고 즉석에서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 팬들로 하여금 더 많은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 종전에 주목받지 못했던 음악들까지 시장성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고, 그 뮤지션의 음반을 소유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게 되면 음반을 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전체 시장 규모는 디지털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만큼 사업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LP 음반이 여전히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시장을 떠났던 업체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가령 테스코는 12인치 LP음반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턴테이블 생산을 중단했던 파나소닉도 내년 중 다시 턴테이블을 판매하기 시작할 방침이다.

제프 테일러 영국음반산업협회 CEO는 “CD와 LP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던 많은 이들은 놀랐을 것이다”라며 “음악 팬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진정으로 사랑하는 뮤지션의 음반을 소유하고 싶어한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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