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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ㆍ中경제는 ‘노약자’에 울고…美는 ‘노익장’ 파워에 웃고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미국 경제에서 노익장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 ‘은퇴절벽’에다 천정부지로 쌓인 가계부채로 지갑을 닫고 있는 한국의 고령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미국의 노익장 경제는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통하는 중국과도 사정이 다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중국의 근본적인 경제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과 달리 미국은 노령인구가 소비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익장 과시하는 미국=뉴욕의 신발 제조 및 판매업체 엔슬로우(Eneslow)는 32명의 직원 가운데 9명이 환갑을 넘긴 고령자다.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로버트 슈워츠(75) 씨는 “나이 든 사람은 경험이나 기술이 많고, 항상 제 시간에 출근한다”고 고령 노동자를 고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사회가 점차 노령화되면서, 노령 인구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노령층은 은퇴를 미루고 일을 계속함으로써 얻는 소득으로, 소비 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노령층의 경제적 영향력은 지난 수십년 동안 꾸준히 커져왔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가운데 고소득층 비율은 1971년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는 두 배로 커져 17%에 달한다. 중산층 비율도 소폭 늘었다. 이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중산층과 고소득 층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1971년 노인 인구의 저소득층 비율은 50%를 상회했지만, 올해는 30%대로 줄어들었다.

이같은 변화는 다른 연령층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세대에서는 중산층의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대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전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령 30~44세의 경우 1971년 60%가 넘었던 중산층 비중이 올해 50% 수준으로 떨어지는 대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비중이 올라갔다.

이는 노령층이 은퇴를 미루고 꾸준히 노동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돼, 65세 이상의 인구의 참여율은 지난해 18.6%에서 2024년 21.7%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갑이 두둑해진 노령층은 소비 시장에서도 점차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는 2015~2030년 기간 동안 미국 전체 소비 증가의 절반 정도를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전체 소비가 해마다 2.4% 늘어나는 데 반해, 60~70세의 소비는 3.2%, 75세 이상의 소비는 5.1%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분석전문가인 자나 레미스는 “나이 든 손님은 미국 소비 성장의 흥미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며 기업 경영자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발빠른 기업들은 노령 인구를 사로 잡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 상태다. 특히 신생벤처업체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가령 액티브 프로텍티브(Active Protective)는 노인이 넘어졌을 경우 옷 안에서 충격을 방지해주는 ‘마이크로 에어백’ 사업을 벌이고 있고, 고사이어티(Gociety)는 노인에게 적합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스마트폰 사업을 하고 있다.

큰 기업들 역시 노인 소비 시장을 사로잡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상태다.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70세의 헬렌 미렌, 69세의 다이안 키튼 등 나이 든 영화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50~70세 여성들의 화장품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관심이 전망이 밝은 분야는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헬스케어 분야는 2024년까지 가장 많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메디컬 서비스 분야에 대한 소비는 지난해까지는 전체 소비 중 16.7%만을 차지했지만, 2024년에는 18%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약자에 늙어가는 아시아…노동력 부족하고 소비 줄고=이에 반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는 급속한 고령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한국은 고령층의 지갑이 꼭꼭 닫히면서 소비 한 축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감당하기도 버거운 빚에다 이렇다할 노년준비가 돼 있지 않다보니 고령층의 증가는 빈곤층을 더 넓히는 악효과를 불러 오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중국 등 다른 동아시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 세계은행은 지난 9일 배포한 ‘장수하며 번영하기- 동아시아와 태평양의 노화(老化)’에서 동아시아는 세계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이 사는 곳으로 역사상 어떤 지역보다 더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동아시아와 태평양에서 경제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급속한 노령화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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