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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어떻게 뽑았길래…9년동안 상업 가르치던 교사, 합류했다가 돌연 사퇴?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학교에서 9년동안 상업을 가르치던 한 교사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했다가 자격 논란이 불거지자 곧바로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지난달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한데 이어 또 한 명의 집필진이 사퇴하면서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선발 기준이나 명단 공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와 교육계에 따르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합류했던 서울 대경상고 김형도 교사가 자격논란에 휩싸이면서 집필진에서 자진 사퇴했다.

국편은 김 교사가 “자신이 집필진으로 공개된 것은 괜찮지만, 자신으로 인해 역사교과서 편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매우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공개됐던 최 교수가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한지 33일만에 김 교사가 자진사퇴한 것이다.

앞서 김 교사는 지난 8일 학교 교원들에게 스스로 이번 국정교과서의 집필진이 됐다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관지 ‘교육희망’에 따르면, 김 교사는 최근 이 학교 교원들에게 보낸 A4 용지 3장 분량의 집단 메시지에서 ‘(집필 관련)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 저 말고도 46명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필진이) 모이면 (국편이) 얼마나 비밀을 강조하는지 질릴 정도’라는 취지의 글을 보냈다.

그는 메시지 말미에 ‘さよなら’(사요나라)라고 일본어로 작별인사를 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지난 9년 동안 상업 과목을 가르치다 올해부터 고교 1학년 4개 반을 대상으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어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서의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대경상고 홈페이지도 ‘교직원 소개’란에 김 교사의 담당 교과를 ‘상업’으로 적어놓았다.

국편에 따르면 김 교사는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하고 한국고대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었다.

국편은 “김 교사의 전공 경력을 감안해 교사 집필진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김 교사가 집필진에 들어가 있는지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교과서 집필진은 자진사퇴한 김형도 교사를 포함해 모두 47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26명은 중학교 역사①·② 집필진, 21명은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진이다.

480개 역사교육단체 등이 모인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방은희 사무국장은 “김 교사에게 사퇴하라고 요구한 시민단체가 한 군데도 없었는데 이름과 경력이 공개됐다고 사퇴한 것이냐?”면서 “비상식적인 ‘복면집필’ 때문에 ‘꼬리 자르기’식 사퇴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 확정고시 때 “집필부터 발행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장담한터라 집필진의 잇단 사퇴의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집필진이 공개되면 시민사회단체 등의 압박이 뒤따른다’는 교육부의 입장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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