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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나는 기부 안한다 전해라’…마이웨이 선언한 세계 2위 부호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han Zuckerberg Initiative)’,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세계적인 부호들이 자식들에게 돈을 물려주기보다 세상을 위해 기부한다고 내세운 프로젝트 들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1일 딸의 탄생과 함께 선언한 페이스북 지분 99% 기부 약속에 온세상이 떠들썩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주도가 되어 자산을 물려주지 말고 기부하자는 캠페인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요즘 거부들이 미디어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도 ‘당신의 기부 계획은 어떤가요?’이기도 하다.
 
기부 트렌드 거부한 멕시코 거부 카를로스 슬림.
 
하지만 이러한 기부 트렌드에 대해 단호하게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슈퍼리치가 있다.

‘멕시코의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부호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이 바로 주인공이다. 그는 카르소 글로벌 텔레콤과 아메리카 모바일 등을 포함한 텔멕스 그룹을 소유 및 경영하고 있다. 아메리카 모바일의 계열사인 텔셀의 멕시코 내수 시장 점유율을 지분은 70%에 이르른다. 이 외에도 금융업, 항공, 건설, 운송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하여 멕시코 GDP의 5%에 해당하는 생산량을 모두 자신의 기업에서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는 ‘슬림제국’이다 라는 말까지 돈다.
 
슬림이 소유한 텔맥스 본사.

포브스가 발표한 그의 현재 자산은 556억달러(한화 65조 5000억원)다. 현재 빌 게이츠, 아만시오 오르테가, 워런 버핏, 제프 베조스에 이어 세계 자산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때는 빌게이츠를 제치고 세계최고 부호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세계에서 손꼽는 자산을 가지고 있고 한 국가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그가 단순히 ‘아까워서’ 이런 기부를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얼핏 ‘망언’으로 해석되기 쉽겠지만, 그의 ‘발언’에는 슬림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기아와 교육 등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 부호들이 해야할 몫이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어떻게 해결하고 공헌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에서는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등 과 사뭇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선 단체는 가난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대신 그가 생각하는 문제해결의 핵심은 ‘고용’이다. 일시적인 보조 보다는 결국 고용이 늘어나 일하고 돈 벌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가난 문제의 지속적이고 궁극적인 해결법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는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회사의 지분을 사회에 내주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회사를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슬림은 가난과 교육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로 고용을 강조한다.

이번 저커버그의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대한 그의 반응 역시 비슷하다. 슬림은 저커버그의 선언에 대해 “아주 좋은 계획이다”면서도 “이미 정부가 가난과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들을 가지고 있는 데 문제는 이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예전에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함께 세운 ‘기빙 플레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렇다면 슬림이 고용확대에만 외곬수인 사람은 아니다. 기부도 많이 해왔다. 오랜 기간 그는 수많은 단체에 수십억달러의 돈을 기부해왔다. 오히려 그러한 기부활동에도 그가 생각하는 문제들이 전혀 개선되고 있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부에 대한 회의를 느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많다.

슬림이 ‘기부 회의론’을 표명하면서, 세계적인 부호들이 이끄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큰 흐름은 세 갈래로 나뉘게 됐다.
첫번째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과 같은 정통 부호들이 주도하는 자선 방식이다.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로부터 기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두번째는 마크 저커버그, 숀 파커, 로렌 파월 잡스 등 실리콘 밸리의 신흥 IT 부호들이 내세우는 ‘해커 필랜트로피’다. 

젊은 세대의 부호들은 자본주의 감각을 내세운 유한책임회사 형식으로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리고 세번째는 카를로스 슬림처럼 기존에 있는 자원의 ‘효율성’을 늘려 경제 성장 즉, ‘고용’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식이다. 기부도 철저히 성과주의로 가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멕시코의 지니계수는 48.1로 남아공 다음으로 높다.

그러나 슬림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정작 슬림이 자국인 멕시코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슬림이 보유한 재벌 체제의 기업들이 오히려 멕시코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막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세계은행(The World Bank)가 발표한 지니계수(2010년~2014년) 수치를 보면 멕시코는 48.1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계수인 65.0 다음으로 높다.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인 셈이다. 그간 슬림의 수많은 ‘경제적 공헌’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의 경제적 불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한 상황에서 슬림의 ‘마이웨이 기부’가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y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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