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국도 ‘월세대란’?…치솟는 월세에 빚 짊어진 미국인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치솟는 월세 부담으로 미국인의 지갑 사정이 점점 빠듯해 지고 있다. 빚이 있는 미국인 다섯 명 가운데 1명은 ‘죽을 때까지 빚을 갚지 못할 것’이라고 절망했다.

9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신용카드 조사업체인 크레디트카드닷컴(Creditcards.com)이 프린스턴 서베이 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빚이 있는 미국인의 21%는 죽을 때까지 빚을 다 갚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비율은 2013년에 9%, 지난해 18% 보다 높아진 것이다.

또 채무를 진 미국인의 약 절반(48%)은 60대에 접어들어도 빚을 털어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점점 빚 갚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정보 전문회사인 너드월렛(NerdWallet)에 따르면 미국인 가구는 평균 13만 달러(약 1억5400만 원)의 빚이 있으며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인의 채무 부담이 점차 높아지는 가장 큰 원인은 월세 부담 때문이다. 주택 연구 기관인 하버드 조인트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한 달 월급 가운데 월세에 30% 이상을 쓰고 있는 사람은 지난해 2130만명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26%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월세 내는 데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월급의 30%까지가 월세의 적정 수준이라고 추천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미국 가계가 지나치게 높은 월세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월세가 임금에 비해 지나치게 빠르고 오르고 있는 현상과 연관이 있다.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월세는 7% 상승한 반면, 가계 소득은 무려 9%나 떨어졌다. 지난해 중간 가격의 신축 아파트는 1372달러(약 162만원)로 2012년에 비해 26% 급등했다.

월세 상승 원인은 공실률이 30년 내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폭증한 임대 수요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2008년 주택시장 붕괴로 집에서 쫓겨난 이들이 세입자가 되면서 임대주택 수요는 크게 늘었다. 임대주택 세입자 수가 10년 전에 비해 900만명 급증한 4300만명으로 사상 최대 증가세를 기록할 정도다.

하버드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이같은 추세로 인해 소득에 비해 과도한 월세 부담을 갖는 세입자들이 사상최대 규모에 이르게 됐다”면서 “이같은 흐름이 뚜렷이 개선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월세대란은 가계 지출을 압박해 소비 감퇴도 부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내는 가구의 지난해 식료품 지출 규모는 38%, 의료비 지출은 55% 줄었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