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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락 가속도 붙은 油, 정유사 달라진 셈법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4거래일째 이어지면서 정유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의 전망처럼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유발하게 되면 당장은 타격이 없던 정유사의 실적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5센트(0.9%) 떨어진 배럴당 37.16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불발 이후 4거래일째 하락한 것이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36.49달러로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정유사 입장에서는 일단 재고손실 부담이 늘어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12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을 배럴당 40달러로 가정할 경우, 이는 지난 9월 평균인 46달러보다 6달러 하락한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재고손실은 1900억원에 달한다. 또 S-Oil은 1700억원, GS칼텍스는 1200억원의 재고손실이 추정된다.

그러나 정유사 수익에서 가장 중요한 정제마진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원유를 들여와서 정제해 파는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키포인트는 유가보다 정제마진.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3~4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보는데, 올해 들어 유가가 40달러까지 빠지는 상황에서도 정제마진은 배럴당 7~8달러대를 유지했다.

특히 원유가격이 떨어지는 속도에 비해 석유제품 가격은 천천히 떨어지는 후행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더 커진다. 4분기에 일부 재고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서 올해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영업이익 규모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재고손실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정제마진이 커져 당분간 실적은 더 좋아질 수 있다”며 “다만 저유가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경우, 저유가가 수요 증가와 정제마진 호황으로 이어지는 공식은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유가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씨티도 올해 초부터 배럴당 20달러 전망을 점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강한 엘니뇨에 따른 겨울 재고 증가, 미국의 금리 인상 개시에 따른 달러 강세, 중국의 수요 둔화 지속 등이 내년 상반기 유가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보고 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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