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화쟁위원회는 9일 성명을 내고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 병력이 조계사를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강제집행을 반대하고 나선 것. 화쟁위 측은 “공권력 투입은 한 개인을강제 구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계종 나아가 한국 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며 “경찰 병력이 투입됨으로써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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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하고 있는 조계사에 경찰경비가 강화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까지 한 위원장이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라고 최후 통첩했다. 민주노총은 “오후 4시를 전후로 수도권 조합원을 조계사 인근으로 결집시킬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조계종이 조계사 경내에 경찰이 들어와 한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종교 탄압으로 연결하면서 경찰로서는 쉽게 영장집행을 강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민노총 측이 이날 오후 4시를 전후로 수도권 조합원을 조계사 쪽으로 집결시키기로 했지만 경찰 측에서는 한 위원장을 도피시키거나 은닉하려할 경우 엄정히 대처키로 해 경찰과 민노총과의 물리적 충돌마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 경찰의 섣부른 진입으로 조계사가 노ㆍ정 갈등의 최전선이 될 경우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장 내놓을 공식적인 입장의 변화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앞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24시간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도법 스님과 함께 자진 출두하는 것에 대해 “불가능하다. 조계사 경내에서 나오는 대로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제 구은수 서울 경찰청장이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사의 설득을 종용하는 그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기득권 대리인이 돼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관련 법안 통과를 강행할 의지를 재확인했다.
강 청장은 최후통첩문에서 “한상균이 수차례의 조직적인 불법 폭력 행위를 주도한 후 종교시설로 도피한 채 계속적인 불법행위를 선동하는 것은 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법 집행기관으로서의 경찰의 명예가 실추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 위원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올 경우 16일로 예정된 총파업은 예정보다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 측은 성명을 통해 “경찰의 체포 시도가 강행되는 즉시 파업에 돌입하고 9일 오후 9시부터 공안탄압 규탄 촛불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의 체포가 노동개혁을 강행하려는 정부에 맞설 노동계의 단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듯한 분위기다.
다만 한 위원장 입장에서도 고민은 크다.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에 대해서도 “2차 총궐기 때 평화적인 집회 시위 문화에 일대 전기를 마련한 것 처럼 공권력 투입이라는 폭력의 악순환이 발생되지 않도록 신속히 결정하라”고 압박했기 때문. 여신도 40여명이 그를 끌어내려하는 등 그의 은신을 짐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오늘도 경내외에서 소란과 충돌이 있음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이 불편을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조계사 스님, 직원 모두와 다수 신도께 거듭 죄송하다”며 고민의 한 자락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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