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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릉동 살인사건‘ 정당방위 인정 드문 사례…국내서는 엄격히 적용해 와
먼저 도발하지 않을 것 등 판정 기준 충족 쉽지 않아
국내에서는 논란 끝에 대부분 정당방위 인정 못받아
미국 등 해외서는 논란 끝 인정받은 사례 눈에 띄어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공릉동 살인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9일 여자친구를 살해한 범인을 죽인 예비 신랑 양모(36) 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라고 판단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경찰에 송치하기로 한 것은 국내 살인 사건 수사에서는 드문 사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같은 정당방위 인정 사례가 늘어날지 여부에 대해 수사기관과 법조계 안팎에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 검찰과 법원은 정당방위 판정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정당방위를 판정하는 기준으로는 ▷방어하기 위한 행위일 것 ▷먼저 도발하지 않을 것 ▷가해자보다 심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을 것 ▷상대가 때리는 것을 그친 뒤에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 ▷상대방의 피해가 본인보다 심하지 않을 것 등이 있다.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며 위협하는 상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수사기관과 법조계 인사의 의견이다. 때문에 과거 비슷한 유형의국내 사건에서 가해자들은 논란 끝에 대부분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2011년 강원 춘천에서 A(55) 씨가 자신을 흉기로 위협하던 B(50)씨를 살해한 사건이 정당방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법원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행위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며 A씨에 징역 10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는 극도의 위험에 처했더라도 살해할 의도를 갖고 흉기에 힘을 줘 찌를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에는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빨래 건조대로 폭행해 뇌사 상태에 빠뜨린 최모(22) 씨가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이후 도둑이 뇌사 판정을 받으면서 결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5월에는 흉기를 휘두른 전 남편을 프라이팬으로 때려 숨지게 한 아내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현장에서 도망칠 수 있었음에도 남편을 공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 샌퍼드에서 동네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서 집으로 가던 17세 흑인 소년을 ‘위험해 보인다’는 이유로 몸싸움을 벌인 끝에 총으로 쏴 살해한 마을 자경단장 조지 지머먼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그는 논란 끝에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미국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총기 소유가 허용돼 국내보다 더 폭넓게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정당방위 판정 기준을 낮춰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이를 계획적으로 악용하는 흉악 범죄들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각의 주장대로 정당방위 관련 지침이 완화될 경우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정당방위 관련 명확한 입장과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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