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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신격호의 행보가 거슬리는 이유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끈다. 올해 94세로 거동이 쉽지 않은 그가 최근 잇따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롯데월드타워에 전격 방문했다. 103층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둘러본 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등으로부터 2시간 넘게 현황을 보고 받았다. 지난 8일에는 프로바둑 기사 조치훈과 직접 바둑을 두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신 회장은 90세가 되던 2011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을 중단했다. 서올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 주로 머물며 노출을 꺼려왔다. 갑작스런 외부활동이 이례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신격호 회장의 이 같은 ‘과시용’ 외부활동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 불거진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다. 올 7월 말 시작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보다 나를 지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신 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달 일본에서 열린 ‘신격호 총괄회장 롯데홀딩스 회장직 해임 무효’ 소송 첫 공판에서는 “신 회장이 소송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위임장을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이의가 제기돼 첫 심리 기일이 연기됐다. 신격호 회장의 위임을 받아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위임장 자체가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된 것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을 조속히 마무리하려면 ‘언론 플레이’가 아니라 객관적인 의료검사를 통해 신 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말끔히 해명해야 한다.

지난 2000년 현대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6개월 만에 계열분리로 일단락됐다. 5개월 간 지속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국내 5대 그룹 최장기 경영권 분쟁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받는 롯데그룹의 타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빨리 끝내야 한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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