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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超저유가의 저주]‘빈 곳간’에 신음하는 산유국…투자금 회수하고 세금카드까지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국제유가가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돈 줄 마련에 안감힘을 쏟고 있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 적자가 예상되면서 곳간 채우기에 나선 셈이다. 이들 국가들은 특히 국고 재원 마련을 위해 투자금을 회수하는가 하면, 그동안 고수해왔던 무세금(tax-free) 정책 폐지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0월 낸 지역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저유가 여파로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9.5%에 해당하는 13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특히 현재 현재 유가 수준을 전제로 GCC 6개 회원국이 현재의 지출 규모를 유지한다면 전체 재정 적자 규모가 앞으로 5년간 1조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사우디, 오만, 바레인은 향후 5년 안에 재정이 바닥나고 UAE와 쿠웨이트, 카타르 역시 20년 이상을 버틸 수 없다는 게 IMF의 분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올 3분기 190억달러 투자금 회수=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동 국부펀드들은 올해 3분기 동안 자산운용사로부터 최소 190억 달러(약 22조590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 유출 속도만 역대 최고다.

실제 유출구모는 19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관측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 3분기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약 310억 달러의 자금이 회수됐다고 계상했다. 유럽 3위 운용사인 애버딘도 지난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빠른 속도로 자금을 회수하는 데에는 저유가 장기화로 열악해진 국가 재정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저유가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산유국들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동 산유국들이 부족한 예산을 채우기 위해 국부펀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 세계 5대 국부펀드들 중 4곳이 중동펀드인 만큼, 자산운용사들이 입을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FT는 애버딘 에셋매니지먼트, 노서트러스트, 프랭클린리소시스, 올드뮤추얼 에셋매니지먼트 등 자산운용사들이 국부펀드들의 자금 회수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총 6720억 달러 규모의 세계 4위 국부펀드를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금융청(SAMA)은 올해 700억 달러(약 81조 27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 올해 말까지 중동 국부펀드들의 자금 회수 속도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자산운용사들의 수익률은 약 4.1%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부펀드협회(SWFI)의 마이클 마두엘 회장은 “중동 국부펀드들이 자산운용사들과 펀드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국부펀드들이 급변하는 투자심리를 우려해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컨설팅회사 크레이트 리서치의 아민 라잔 대표이사는 “국부펀드들이 지난 8월 중국 증시를 휩쓴 ‘블랙먼데이’ 사태로 인해 급변하게 된 투자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다가올 미국 금리 인상에 타격을 덜 받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산운용사들은 더 많은 국부펀드 유출로 인해 발생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세금 정책 포기…부가가치세 도입 공식화=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협력회의(GCC)는 부가가치세 도입을 공식화하며 세금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절대적인 부(富)의 양이 줄어 들어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GCC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재무부는 7일(현지시간) “최근 수일 전에 GCC 재무부처가 모여 부가세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GCC는 다만, 갑작스러운 부가세 도입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 민간 부문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94개 식품과 교육, 의료 서비스는 부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부가세율은 3∼5% 정도가 유력하다.

UAE 재무부는 도입 시기와 관련, “2∼3년 안에 최종 합의를 마치고 그 이후 실제 시행까지는 18∼24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19년께 걸프 지역에서도 부가세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그동안 고수해 온 부가세, 법인세, 소득세 등이 없는 ‘tax-free’(무세금)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다. 부가세 도입 논의는 저유가에 따른 정부 재정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걸프 산유국들이 최근의 저유가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세금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GCC의 이번 결정은 지난 4일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가 감산합의에 실패한 직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금수조치를 당했던 이란이 내년부터 원유시장에 복귀하는 데다, 미국과 러시아, 멕시코 등 OPEC 비회원국들도 시추량을 줄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GCC가 장기적으로 저유가 경쟁에 채비를 갖추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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