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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항이냐 순교냐, 한상균 위원장의 선택은?
[헤럴드경제=원호연ㆍ신동윤 기자]경찰의 24시간 최후 통첩을 받아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자신의 발로 걸어나와 13년만의 종교시설 공권력 투입을 막을지, 최후 통첩 시한인 9일 오후 4시를 넘겨 경찰에 체포당함으로써 16일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의 기폭제가 될지가 그의 선택에 달렸다.

한 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새로 올린 글에 보인 선택은 일단 끝까지 버티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노동 관련 5개 법안을) 연내 처리하지 않겠다는 야당의 약속과 국민을 믿고 한 위원장이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달라”는 조계종 화쟁위의 입장에 대해 그는 “2000만 노동자가 부처님을 부여잡고 있는 손을 놓아도 될 상황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법안 중 파견법과 기간제법만 처리를 반대한다는 야당의 당론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화쟁위 도법스님과 함께 손잡고 출두하겠다는 전날의 기자회견 입장이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소원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4시간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도법 스님과 함께 자진 출두하는 것에 대해 “불가능하다. 조계사 경내에서 나오는 대로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사의 설득을 종용하는 그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기득권 대리인이 돼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관련 법안 통과를 강행할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의 은신을 더이상 두고보지 않고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경찰의 의지 역시 확고하다. 강 청장은 최후통첩문에서 “한상균이 수차례의 조직적인 불법 폭력 행위를 주도한 후 종교시설로 도피한 채 계속적인 불법행위를 선동하는 것은 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법 집행기관으로서의 경찰의 명예가 실추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 측이 이날 오후 4시를 전후로 수도권 조합원을 조계사 쪽으로 집결시키기로 했지만 경찰 측에서는 한 위원장을 도피시키거나 은닉하려할 경우 엄정히 대처키로 해 경찰과 민주노총 간 물리적 충돌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위원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올 경우 16일 예정된 총파업은 예정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측은 성명을 통해 “경찰의 체포 시도가 강행되는 즉시 파업에 돌입하고 9일 오후 9시부터 공안탄압 규탄 촛불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의 체포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려는 정부에 맞설 노동계의 단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듯한 분위기다.

다만 한 위원장의 고민은 불교계와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입장에서도 13년만에 종교시설에 공권력이 진입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은 부담스럽다.

조계사 측은 이날 오후 5시 이후로 한 위원장과 정부와의 중재 역할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민주노총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신도들이 끌어내려하는 등 한 위원장의 은신을 짐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오늘도 경내외에서 소란과 충돌이 있음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이 불편을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조계사 스님, 직원 모두와 다수 신도께 거듭 죄송하다”며 고민의 한자락을 내비쳤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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