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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 42] 유배지에서의 겨울나기
조선시대 사람들도 겨울이 다가오면 월동준비를 했다. 월동은 ‘겨울을 넘긴다’는 뜻이다. 겨울은 애써 넘겨야 할 만큼 고통스러운 시기이다. 궁핍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풍년이라도 들면 그나마 견딜 만하지만 흉년이 들면 추위에 굶주림까지 겹쳐 더욱 잔혹한 계절이 된다. 조정에서도 백성들이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여러모로 고심하였는데 유배중인 죄인들에 대한 처분도 그 중 하나였다.

현종 즉위년(1659), 함경도에 심한 흉년이 든다. 현종은 함경도로 유배를 보냈던 죄인들을 다른 도로 이배, 즉 옮겨 보내라고 명을 내린다. 생업이 없는 죄인들이 굶어 죽을까봐 염려해서였다. 타당한 조치였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같은 해 12월 1일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영의정 정태화 : 지난번에 주상께서 함경도에 유배중인 죄인들을 걱정하셔서 이배하라고 특명을 내리신 것은 참으로 훌륭한 조치였습니다. 다만 죄인들 중 겨울옷이 없는 자들이 지금 토실을 지어 겨울을 보낼 대책을 마련하였는데, 이런 엄동설한에 이배하게 했다가 도리어 얼어 죽을까 염려됩니다. 아직 이배하지 않은 자들은 지금의 유배지에서 겨울을 보낸 뒤에 이배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종 : 당초에 죄인들을 이배하게 한 것은 그들이 생계를 잇기가 어려울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죄인들의 의향에 따라 시행하라고 의금부와 형조에 분부하라.


식량이 비교적 풍족한 다른 지방으로 보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겨울에 먼 길을 가다가 오히려 혹독한 추위에 목숨을 잃을까 걱정스러우니 겨울이 지나 날이 풀리면 이배하게 하자는 것이 영의정 정태화의 생각이었다. 이에 현종은 죄인들의 바람대로 조처하라고 명을 내린다. 따뜻한 겨울옷이 없어 흙집을 지어 추위를 막아야 할 정도로 궁핍했던 유배 죄인들의 처지와 죄인이라 해도 그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던 조정의 마음 씀씀이를 볼 수 있는 일화이다.


최두헌(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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