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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소 있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울산ㆍ거제 주택시장도 비상등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울산 경제는 바람 앞에 놓인 촛불”

대표적인 조선업 도시인 울산과 거제의 주택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경기침체로 조선업황이 어두운 터널을 거치면서다. 업체들은 이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 여파는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직격탄이 됐다. 부동산 정보를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조선소가 있어서 ‘불패’(不敗)라고 생각했는데….”, “구조조정 이어지면 미분양 속출할 것” 등의 글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조선소 도시인 울산광역시(중구)와 거제시의 주택시장이 주춤한 모습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분위기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분양시장에서도 계약률이 떨어지고 웃돈이 쪼그라드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은 울산 시가지 전경. [사진=울산시청]


실제 각종 부동산 통계와 지수를 봐도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마이너스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중개업자들의 이야기에도 우려감이 짙게 묻어난다.

▶울산 동구ㆍ거제 시장, 연초부터 흔들 = 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조선소가 있는 울산 동구의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0.0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동구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1년간 상승곡선을 그렸으나 올해 초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1월에 –0.07를 기록하면서 우려를 낳더니 이후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11월까지 가격이 0.81% 하락했다. 1월부터 11월 사이 울산 전체 아파트값이 4.71% 오른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울산 태산공인 이지태 대표(공인중개사협회 중구 부지회장)는 “동구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매물은 쏟아지는데 찾는 사람은 없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거제 주택시장도 고전 중이다.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1.68%이다. 11월(0.04% 상승)을 제외하면 매달 마이너스다. 그나마 11월의 아파트가격도 작년 같은 달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1.35% 떨어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8년 준공된 수월동 ‘거제자이’의 전용 84㎡는 실거래가가 지난해 4억원을 넘어서면서 ‘거제에서도 4억원 아파트가 등장했다’며 주목 받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매매호가는 3억5000만~3억8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실제 거래는 3억4000만원 내외의 급매물만 되고 있는 실정이다.

거제시 대동공인 손진일 대표(거제 지회장)는 “작년 추석 이후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며 “조선소가 감원에 돌입하면 자연스레 1ㆍ2차 협력업체 직원들 가운데 일부도 거제를 떠나고, 결과적으로 아파트는 물론 빌라, 원룸도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소 주변 장평동, 고현동 일대 원룸(다가구) 공실률은 평균 20%를 웃돈다는 전언이다.

▶분양 시장도 시름시름 = 울산에선 지난달까지 9636가구(20개 단지)가 공급됐다. 12월 예정 물량까지 더하면 모두 1만1000여가구 규모로, 2010년 이후 가장 많다. 청약에서도 수백대 1의 경쟁률을 예사로 기록하는 곳들이 등장하면서 부산ㆍ대구와 함께 광역시 ‘청약 광풍’을 이끌었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분양권에 얹어지는 웃돈(프리미엄)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웃돈은 보통 수차례 손바뀜을 거치면서 불어나는데, 거래 자체가 잦아들면서 가격이 뛰질 못하는 것이다.

울산 북구의 M공인 관계자는 “10월에 북구에서 분양됐던 한 단지는 청약에선 200대 1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웃돈이 4000만~5000만원은 기본일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지만 실제로 거래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미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랐고, 새 아파트를 분양 받아야 할 수요도 점차 줄어드는 게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과 마찬가지로 2010년 이후 최대 공급량을 기록한 거제에서는 분양된 아파트의 계약률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6829가구(14개 단지)가 공급됐는데, 상당수가 계약률이 50% 내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울산과 거제에선 조선업 지각변동 때문에 집을 사기보다는 임대에 머무르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며 “특히 거제는 울산에 비해 조선업이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도시인만큼 그 산업의 침체는 전체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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