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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팔로어 수천 만…스타가 된 대륙갑부, 팬이 된 중화인민
- 中부호와 ‘인민’, 스타 - 팬 관계 정립 확산일로
-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팬들은 샤오미 가치의 전부”
- 마윈, SNS 팔로어 수 베이징 인구와 맞먹어…가감없는 일상 공개
- 최대부호 왕젠린의 ‘전략적’ 팬 관리 방식도 눈길


 
레이쥔 잘 생긴 사진 [출처=차이징]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 2012년 4월 6일, 중국 인터넷 기업 샤오미(小米)가 ‘미펀(米粉)’으로 불리는 팬들을 대상으로 첫 번째 미펀제(米粉節) 행사를 열었다.

다음날인 7일 ‘위런톈차이(愚人天才)’란 아이디를 쓰는 한 중국 누리꾼(34)은 웨이보(微博ㆍ중국 사회관계망(SNS) 서비스)에 사진 20장을 붙여 올렸다. 4장씩 5줄로 된 이 이미지엔 토끼인형 ‘미투(米兎ㆍ‘나도’란 뜻의 영어 Me too 발음을 따 이름붙인 캐릭터)’ 50개로 만든 소문자 알파벳 미(mi)가 그려졌다. 바로 샤오미(Xiao mi)로고다. 인형을 든 인물은 미펀제때 샤오미 팬들이 입은 주황색 티셔츠 차림이다. 비슷한 이미지 여러개를 올린 이 네티즌은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雷軍ㆍ45)이 공유했네요, 감동입니다”란 코멘트를 남겼다.

2012년 4월 7일 중국 네티즌 ‘위런톈차이’가 웨이보에 올린 이미지 [출처 = 아이디‘위런톈차이(愚人天才)’의 웨이보]

3년이 지난 현재, 대륙 ‘중화인민’이 부호들을 보며 열광하는 현상은 사실상 일상이 됐다. 2010년 이후 자수성가 부호들이 현지 재계 전면에 등장하면서부터다. 중국 깐수(甘肅)성 출신 직장인 도우(25)씨는 “자수성가 기업가 모두를 존경한다. 그들의 성공은 온전히 스스로 노력해서 이룬 결과라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자수성가로 억만장자클럽 고정멤버가 된 게 그들의 유일한 인기비결은 아니다. SNS를 통해 끊임없이 팬과 소통한다. 외부 강연ㆍ언론 등에 나와 좋은 이미지를 유지한 것도 한몫했다. 정치권도 ‘스타’가 된 부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 솔직한 레이쥔, “팬들은 샤오미 가치의 전부”= 개인자산 11조9640억원(103억달러ㆍ블룸버그 기준)을 갖고있는 레이쥔 회장은 팬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개인 웨이보 계정을 팔로잉한 팬은 2일 기준 1261만2181명이다. 같은 날 확인된 샤오미 기업계정 팔로어(800만7482명)보다 460만4000여명 많다. 

미펀제 당시 레이쥔 셀카. [출처 = 레이쥔 웨이보]

그들은 레이쥔 팬이자 회사 동료로 인정받고 있다. 샤오미 운영체제(OS) MIUI를 개방해 샤오미 팬(미펀)들이 직접 업데이트에 참여토록 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업데이트는 매주 이뤄진다. 샤오미는 “MIUI는 미펀 수백만명과 함께 개발 중이다. 작년 12월 현재 사용자 7000만명이 다운로드했다”고 설명한다. 레이쥔이 2010년 샤오미를 세운 이래 입버릇처럼 “미펀들은 샤오미 가치의 전부다. 나도 미펀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2012년 4월 미펀제 때 레이쥔이 자신의 웨이보에 남긴 메시지. “미펀은 샤오미 가치의 전부다 (米粉是小米價値的全部)”라고 적었다. [출처 = 레이쥔 웨이보]

이 같은 팬 참여에 힘 입은 샤오미는 ‘팬의 날’로 불리는 연례 판촉 행사 미펀제를 열 때마다 제품 판매ㆍ매출기록을 세우고 있다. 3년 전 첫 미펀제에서 샤오미는 스마트폰 10만1198개를 6분 5초만에 팔아치웠다. 초당 277대 꼴이다.

지난 4월 8일 샤오미 창립 5주년과 맞물려 열린 3회 미펀제에선 판매시작 2시간 50여분 만에 전년도 미펀제 매출액 1808억원(10억위안)을 넘겼다. 이날 샤오미는 휴대폰만 212만1700여대를 팔았다. 총 매출액은 3760억원(20억8000만위안)에 달했다.
 
2015 미펀제 매출 결과 등이 적힌 전광판. 매출 20억8000만위안ㆍ계약 305만여건ㆍ휴대폰 판매 212만여대 등이다. [출처 = 레이쥔 웨이보]

레이쥔은 미펀제 밖에서 만나는 팬들 관리에도 능숙하다.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방식을 이용한다. 지난 6월 3일 현지 부동산기업 소호(SOHO)가 베이징서 연 좌담회에 나온 그는 “창업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힘들다”고 털어놔 이목을 끌었다. 이어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겐 “기업가가 되려면 영어부터 잘 배워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베이징 인구’ 거느린 마윈, 재신(財神)이 되다 = 마윈(馬雲ㆍ51) 알리바바 회장은 자신의 자산규모(35조1437억원ㆍ302억달러)만큼 ‘추종자’가 많다. 그의 웨이보 팔로어는 2일 기준 2033만7965명이다. 지난 3년 간 1300만명 가량 불었다. 중국 수도 베이징 인구(2152만 명ㆍ작년 중국 국가통계국 기준)와 맞먹는다. 현재 한국 총 인구 (5151만여명) 40%에 달하는 사람들이 마 회장 한 명의 팬인 셈. 

마윈이 8월 22일자 웨이보에 올린 캡처파일. 푸른 글씨로 쓰인 홍콩 현지매체의 기사 제목은 “마윈, 여자들에게 몸을 맡기다”다. [출처 = 마윈 웨이보]

이들 2000여만명은 SNS를 통해 마윈이 가감없이 올리는 투명한(?) 일상을 접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8월엔 홍콩의 한 클럽서 포착된 자신의 사진과 관련 기사를 웨이보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 포스팅에 “주말엔 어디라도 가서 분위기를 즐겨야 한다”며 “모두들 어디가서 노시냐”는 코멘트를 남겼다.

뿐만 아니다. 마 회장은 자신의 취미도 적극적으로 안팎에 공개한다. 바로 태극권이다. 그는 2년 전 알리바바의 C2C(소비자간 거래) 플랫폼 ‘타오바오(淘寶)’10주년 행사에 나와 태극권을 선보였다. 이 장면은 둥팡위성TV(東方衛視) 등에도 소개됐다. 당시 기자들은 알리바바의 향후 사업전략을 궁금해 했지만 팬 등 일반인들은 그의 무술실력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둥팡위성TV에 소개된 마윈의 태극권 시범 [출처 = 유튜브]


이같은 행보는 모두 마 회장 스스로가 세운 ‘언론플레이’ 전략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실제 그는 지난 5월 19일 내한 당시 기자회견서도 “내 전공은 IT가 아니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건 매체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춘제시즌에 마윈은 중국인이 받드는 ‘재물의 신’이 됐다. [출처 = 미래망]

그래서일까. 수년 전부터 스타가 된 마 회장을 재물의 신(神)으로 모시는 중국인도 부쩍 늘었다. 2013년 11월 현지 경화시보(京華時報)는 “과거엔 (별도의) 재신(財神)을 모셨지만 요즘 사람들은 마윈을 모셔놓고 절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유행은 중국 설날인 춘제(春節)기간에도 이어졌다.

▶ 최대부호의 ‘독특한’ 팬 관리 = 개인자산 40조8000억원(351억달러)를 쥔 대륙 최대부자 왕젠린(王健林ㆍ61) 완다그룹 회장도 이미지 관리를 통한 대중소통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편이다.

지난달 17일 하위사실을 게재한 SNS계정에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건 게 대표적이다. 12일 현지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 공중계정에 왕 회장 이름으로 알리바바를 지목한 비판 글이 실린 게 문제가 됐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출처 = 기업가 일보]

이에 왕 회장 측은 14일 성명을 내고 “한 번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이름 도용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만 18억4700만원(1000만위안)에 달한다.

하지만 왕 회장은 2년여 전부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달린 ‘국민 시아버지(國民公公)’란 별명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이 붙인 이 별칭은 2013년 중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에서 말한 내용이 유출된 데서 유래했다. 왕 회장이 “아들 낳은 것을 후회한다”고 밝힌 게 인터넷에 널리 퍼지자 누리꾼들이 그를 ‘아버지(나를 부잣집 자식으로 만들어달라는 의미로)’라고 부른 게 발단이다.

노래 부르는 왕젠린 [출처 = jmtv]

왕 회장의 이런 행보는 나쁜 소문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비교적 좋은(?)이미지는 그대로 두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실제 2일 현재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에 ‘왕젠린 국민시아버지’를 입력하면 결과값 322만개가 표출된다.

▶ 정치무대에 등장한 스타부자, 그리고 공생 = 이처럼 팬들 지지를 업은 부자 상당수는 정치행사에도 얼굴을 내비친다. 중국 공산당원 8779만 명(지난해 말 기준)에게 자신이 이끄는 기업의 사업 비전을 소개하고 요구사항을 당당히 밝힌다. 부호들로선 큰 기회다. 자신의 지지층을 더 넓힐 수 있다.

공산당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집권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부자를 정치에 끌어들이는 건 필수라서다. 쉽게 말해 ‘부자도 공산당에 들어와 정치엘리트가 될 수 있다. 부자는 인민의 적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일반 민중에게 던지고 있는 것. 

지난 양회에 참석한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왼쪽)와 리옌홍 바이두 창업자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에 참석한 레이쥔 회장은 법인 신규등록절차 간소화 등 규제개혁을 건의했다.

리옌훙(李彦宏ㆍ47)바이두 창업자는 ‘민간기업의 위성발사 등 우주개발사업 활성화’를 정부에 주문했다. 메신저서비스 QQ로도 유명한 마화텅(马化腾ㆍ44) 텐센트 창업자도 재작년 양회에서 “인터넷기업 해외진출을 국가전략으로 삼아달라”고 요청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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