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136.74㎡(이하 전용면적) 전세는 9억5000만원(28층)에 계약됐다. 올 2월 8억3000만원(22층), 3월 8억4000만원(23층)에 각각 거래되던 것이 1년도 안돼 1억원 이상 뛰었다.

같은 달 16일 이 아파트 인근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151㎡ 전세는 9억원(4층)에 거래됐다. 올 초 7억2000만원(5층)에 계약된 물건이 역시 1년도 안 돼 2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형 전세는 수요는 꾸준한데 물건이 부족해 시세가 꾸준히 오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매매시장에서 시세 하락폭이 큰 대형 아파트가 전세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가 전세가 자주 거래되는 강남의 한 중개업소 모습.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00㎡ 이상 대형 전세가 전체 전세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강남 주요 지역 대형 전세는 단기간에 수억원씩 폭등한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

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대형(135㎡ 이상), 중대형(95.9~135㎡) 아파트 전세는 모두 각각 0.62% 올라 2012년7월 이후 3년4개월 연속 상승했다.이에따라 올해(1~11월) 누적치로 대형은 5.22%, 중대형은 6.49% 각각 뛰어 크기별 전세 시세 상승폭이 소형에 비해 훨씬 컸다. 올 1~11월까지 소형(40㎡ 미만)은 3.84%, 중소형(40~62.8㎡)은 5.37% 각각 오르는데 그쳤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시세가 올해 11월까지 누적치로 5.7% 올랐으니 상승폭이 가장 큰 중대형 전세가 시세 상승세를 이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만 놓고 봤을 때도 중대형 전세 상승세가 소형을 앞선다. 올 1~11월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전세는 7.9% 올라 소형(5.94%)이나 중소형(7.89%) 전세 시세 상승폭을 앞질렀다.

전세시장에서 큰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건 매매와 달리 시세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집을 나갈 때 전세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매시장처럼 매매가 하락의 위험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대형 아파트를 보유하는 데 따른 세금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고가주택 전세는 보유할 경우 내야하는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금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소형 보다 전세 거래가 잦은 편이 아니어서 오히려 더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주택 주인일수록 집을 여러 채 가진 자본력이 있는 투자자가 많아, 전세보증금을 떼일 우려도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세는 실수요 시장이다 보니 매매시장에선 투자성을 고려해 하락세여도 전세시장에선 강세를 보인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대표적이다. 타워팰리스1차 164.97㎡ 매매가는 2008년 26억원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현재 20억원 밑에서 거래된다. 인근 중개업소엔 19억5000만원(25층)에 매물이 나와 있다. 하지만 전세시세는 상황은 많이 다르다. 2008년 이후에도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해 왔다. 2008년 7억원대에서 현재 14억원대까지 상승했다.

중형 전세입자가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대형 전세 강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 전세시장에서 강자는 늘 중형이었다. 수요가 많아 2008년 이후 시세가 급등했다. 서울 강남권만 해도 중형은 올 들어 10.26% 올라 상승폭이 가장 크다. 오랫동안 중형 전세가 폭등하다보니 최근 돈을 조금 더 보태 차라리 중대형으로 갈아타자는 수요가 생겼다. 최근 중대형 전세 시세가 늘어난 주요 이유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최근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80~90%가 중소형이어서 전세시장에서 대형의 희소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대형 인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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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1월 크기별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

전국 수도권

대형 5.22 5.99

중대형 6.49 7.9

중형 6.21 8.4

중소형 5.37 7.89

소형 3.84 5.94

*자료:국민은행